[신도청 시대 사람들] 신도청 환경미화원 김동연 씨

입력 2016-03-04 22:30:02

"다친 몸으로 다른 일 못해 일자리 생겼으니 고마울 뿐"

지난달 29일 오전 신도청 4층에 있는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 복도를 청소하고 있는 김동연 씨를 만났다. 신도청 4층 직원들은 김 씨를 두고
지난달 29일 오전 신도청 4층에 있는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 복도를 청소하고 있는 김동연 씨를 만났다. 신도청 4층 직원들은 김 씨를 두고 '늘 웃으며 즐겁게 일하는 분'이라 부른다. 홍준표 기자

김동연(57) 씨는 경북도청이 지난달 안동'예천으로 옮겨온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새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안동에 사는 김씨는 2004년부터 두부공장과 김치공장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공장에서의 일은 불의의 사고로 중단됐다. 지난해 4월 김치 양념을 버무리는 일을 하던 중 양념 섞는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 가는 바람에 손가락을 잃은 것. 급히 접합수술을 받았지만 2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다.

신도청 4층에서 만난 김 씨가 장갑을 벗어 보여준 손에는 절망의 흔적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샘솟고 있었다.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치료가 거의 끝날 무렵인 지난해 6월 경북도청과 첫 인연을 맺었어요. 도청이 이전하면서 청소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도청 환경미화원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김 씨는 바로 지원했다. 손가락 장애 탓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고향을 찾아온 경북도청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청소 일은 전에 했던 일보다 그리 위험한 일도 아닌 데다, 신도청이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어 교통비도 아낄 수 있어서 좋았지요. 게다가 오전 7시 30분 출근해 오후 4시 30분에 마칠 수 있어 집안 살림을 하는 데도 문제가 없어요." 그는 도청이 참 좋은 직장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신도청 청사가 워낙 크고 일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일했던 두부공장에서 위생 문제 때문에 청소를 더 많이 하는 바람에 주위에서 '두부 만들러 온 게 아니라 청소하러 왔나'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청소일이 자신 있었는데, 막상 신도청에서 청소를 해보니 일단 공간이 너무 크지요."

어느덧 김 씨가 경북도청과 인연을 맺은 지 8개월이 흘렀다. 이젠 새 직장과도 정이 들었고, 지난달부터는 도청 공무원들이 이사 오면서 새 식구를 맞는 등 분주함 속에서도 즐거움이 한층 늘었다는 김 씨. 그는 "같이 점심 먹으며 웃을 수 있는 동료도 사귀고, 지난달부터는 공무원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청소일이 늘었지만 보람도 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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