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신도청 시대가 열리면서 새 보금자리를 얻은 공무원들은 대개 세 부류로 나뉜다. 안동으로 나 홀로 이주한 '독거노인족'과 매일 대구와 안동을 출퇴근하는 '통근족', 온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한 '온 가족 이사족'이다. 이들에게서 새 일터에서의 생활을 들어봤다.
◆나홀로족
"도청 이전과 함께 순식간에 독거노인이 됐습니다. 혼자 썰렁한 원룸으로 퇴근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경북도청 FTA농식품유통대책단(6급)에 근무하는 김철수 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어린 자녀들 때문에 안동에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도청 이사 시기가 결정된 이후 가족들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아내가 대구에서 하는 일이 있고, 아이들도 학업 때문에 함께 올 형편이 아니었지요. 또 연초 사무관 의결로 6주간 지방행정연수원 교육도 다녀와야 하고, 승진 후 어느 기관으로 발령날지 몰라 당분간 혼자 지내보려고 합니다."
그는 결혼 후 20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집밥이 정말 그립고, 아침저녁으로 듣던 아내의 잔소리도 눈물겹도록 그립다"며 웃었다.
"막내가 중학교 3학년인데, 대학 진학이 결정될 3, 4년 후에는 신도청으로 아내와 함께 이주할 생각입니다. 그때쯤이면 명실상부한 도청 도읍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통근족
도청 보건정책과 구자숙(6급) 씨는 요즘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난다. 7시에 출발하는 신도청행 통근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야근이 잦아 오후 9시 대구행 막차에 몸을 싣고 10시 20분쯤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체력은 거의 바닥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생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형편. 올해 수험생이 된 큰아들과 중학생(2학년)인 막내아들 때문이다. "수험생이 있는 다른 집에는 엄마가 많은 역할을 하는데, 그것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피곤함보다 더 큽니다. 매일 아침 아들 둘을 깨워 밥을 차려주고, 먹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나설 때는 참 삶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 씨는 피치 못할 야근이나 부서 회식을 대비해 안동시내에 작은 아파트까지 준비해놨다고 했다. 그는 "잠이야 안동 아파트도 있고, 친한 동료가 거주하는 신도청 옆 공무원 임대아파트가 있어서 걱정이 안 되지만, 아이들 얼굴을 못 보는 정서적 배고픔은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구 씨는 올해 큰아들 수능시험이 끝나면 1주일에 이틀 정도는 안동에서 지낼 계획이다. "남편 직장이 울산에 있어서 온 가족이 안동으로 이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온 가족이 안동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그전에 가족의 행복이 더 중요하겠지요."
◆온 가족 이사족
경북도청 신도시조성과 신보연(7급) 씨는 도청이 새 보금자리로 이전하자마자 온 가족이 신도청 인근으로 이사를 왔다. 남편도 경북도청에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인데다, 세 아이들 모두 어려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신 씨는 "새 경북의 미래를 열어갈 도청이전 신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신도시가 정착하는데 조그마한 힘이지만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한 달 정도 생활해보니 이사를 잘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신 씨.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에 하루하루가 여행 온 기분입니다.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보다는 막상 살아보니 너무 좋다는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그렇지만 아직도 생활편의시설 등이 부족해 생활에 힘이 많이 든다고 걱정했다. "교육 여건이나 의료'쇼핑시설 등이 부족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2010~2015년 단기간에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저력을 이어받아 이른 시일 내에 신도시가 활성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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