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동해안 '대게'가 멸종한다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 4천129t에 달했던 대게 어획량이 지난해 1천625t까지 줄어들었다. 산술적으로는 불과 10년 사이에 대게 씨가 마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같은 어획량 감소는 경북 대게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울진, 영덕, 포항 등 경북 동해안의 대게 어획량은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2007년 이후 대게 어획량 감소에 따른 불법 포획과 불법 유통은 경북 대게산업의 경쟁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대게 자원 보호와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게 불법포획 단속과 친환경 어구 보급, 대게 종묘생산 연구개발 등을 통해 대게 자원을 회복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게' 제대로 알자!
흔히 영덕대게로 부르는 '대게'는 고려 태조 왕건의 진상품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 이래 지난 1천 년 동안 한국의 진미로 인정받아 왔다. 청정 동해 심해에서 자라 육질이 쫄깃하고 아무런 양념 없이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현재 경북 대게산업 시장은 연간 3천억~4천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 같은 대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대게의 '대'는 큰 '大'가 아니라 대나무를 말한다. 다리가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큰 대로 오해하기 십상인 이유는 등딱지(체장) 크기가 한국에서 나는 게 가운데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게는 북태평양의 수심 200~800m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한국이나 일본, 캄차카 반도 등지에만 분포하는 중요한 수산자원이다.
대한민국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영덕, 울진, 포항 등 경북 동해안이다. 울진 앞바다에 자리한 왕돌초가 대표적인 대게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대게의 크기는 수컷, 암컷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수컷은 등딱지 길이가 13㎝쯤까지 자라지만 암컷은 7㎝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산란을 위해 배꼽에 알을 가득 품은 암컷대게는 모양이 둥그스름하고 크기가 찐빵과 비슷하다고 해서 속칭 '빵게'라고 한다. 몸집은 작지만 몸통에 알을 가득 배 대게 자원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법 대게잡이 기승
우리나라는 대게 보호를 위해 11월부터 5월까지만 대게잡이를 허용한다. 문제는 이 기간 일부 어선이 암컷과 어린대게(등딱지 9㎝ 미만)까지 불법포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대게는 다 자란 수컷뿐이다. 대게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암컷과 어린대게를 잡거나 소지'유통'보관'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게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이 불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단순 생계형이던 불법포획이 유통망을 갖추는 등 점차 조직화'대형화하고 있는 추세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게 불법포획은 모두 27건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암컷 9만7천200마리와 어린 대게 1만4천600마리를 압수해 대부분 바다에 방류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27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했고, 암컷과 어린대게 1만6천여 마리를 압수했다.
경찰은 경북 대게잡이 어선 가운데 불법 조업선은 2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불법 조업선 1척이 연간 대게암컷 10만 마리를 잡는다면 모두 200만 마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암컷 한 마리는 보통 알 10만여 개를 품고 있으며, 이 가운데 0.1% 정도가 대게로 자란다.
◆대게 범죄 꼼짝 마!
지난달 17일 경북도어업기술센터. 동해어업관리단, 경북지방경찰청, 포항해양경비안전서 등 대게 불법포획을 단속하고 있는 행정, 경찰 전담팀이 총출동해 '대게류 불법포획'유통행위 근절 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은 고질적인 대게 불법포획과 유통 행위에 맞서 대게 자원을 보호하고 강력한 단속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앞으로 행정'수사기관은 대게 사범의 유통 경로 등을 역추적해 불법 어획물 포획'운반'유통 행위자를 모두 검거한다. 무관용을 원칙으로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처벌에 나선다.
앞서 경북도는 올해 대게 사범 특별단속을 통해 대게 사범 15명을 검거했다. 암컷 1천543마리, 어린대게 3천84마리 등 총 4천627마리(시가 2천700만원 상당)을 압수해 해상에 방류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서원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장은 "특별기동단속반 인원을 충원해 새벽, 야간, 주말 등 취약 시간대 단속 활동을 강화한다"며 "어업인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 감시와 자원보호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동해 대게 자원을 보호하라
이와 함께 경북도는 동해 대게 자원을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우선 민간 감시선 운영, 대게어장 정비 사업에 매년 7억3천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대게 남획 방지를 위해 어초를 이용한 산란장을 조성하고 서식환경을 개선하는 등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사업비 266억원을 투입하는 동해 대게 자원 회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저절로 녹는 그물(생분해성 어구) 보급 사업도 어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게의 경우 해저에서 서식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 나일론 폐그물이나 어구에 걸려 폐사하는 개체 수가 많다. 이에 반해 생분해성 어구는 2년 정도 지나면 저절로 녹는다. 바닷속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경북도는 조업 중 일반 그물의 10%, 통발의 20%가 끊기거나 훼손되면서 연 5만t 정도가 바다 쓰레기로 가라앉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게의 경우 폐그물망에 다리가 한 개라도 걸리면 결국 죽어버린다. 암게나 어린 게들의 피해가 더해지면 자연히 어획량 감소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에 따라 도는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울진군 어선 90여 척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어구 시범 보급 사업을 시작해 대게 자원 보호와 친환경 어업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엔 포항'경주'영덕'울진 지역 어선 205척에 25억원을 지원해 생분해성 어구를 보급했다. 올해엔 울릉군에도 보급해 친환경 어구 사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어민들은 "기존 그물에 비해 탄력성이 좋아 2배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며 "또 대게가 그물에 쉽게 엉키지 않아 조업 시간도 1, 2시간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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