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안 찍혀, 차 긁혀…" CCTV에 쏟아진 민원 봇물

입력 2016-02-28 22:30:02

대구 7개 구에서 작년 1천 건 추가 설치 요구 가장 많아

28일 오후 대구 남구 이천동에 설치된 CCTV 아래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CCTV는 각종 범죄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 소지도 있어 여전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28일 오후 대구 남구 이천동에 설치된 CCTV 아래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CCTV는 각종 범죄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 소지도 있어 여전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1 대구 북구 한 주택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6월 구청에 전화해 자신의 집 앞에 설치된 방범용 CCTV의 방향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CCTV가 자신의 집을 찍는 것 같아 신경이 쓰여 계속 불편했기 때문. 구청은 A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CCTV의 회전 방향을 조정했다. A씨는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했겠지만 누군가 계속 지켜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2 지난해 5월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청소일을 하던 60대 남성 B씨는 관리사무소로부터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청소를 열심히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던 B씨는 CCTV를 떠올렸고, 정보공개를 요청, 청소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해 관리사무소에 제출했다.

CCTV 설치가 늘어나면서 CCTV와 관련된 각양각색의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성구 190여 건, 동구 170여 건 등 7개 구(달성군 제외)에 접수된 민원은 1천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CCTV 추가 설치 요구가 가장 많지만 CCTV 영상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적잖다.

실제 대구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따르면 CCTV 아래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이유는 다양한데 차를 세워 뒀는데 누군가 긁고 갔다거나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게 가장 많다는 것.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자신의 행적을 알고 싶다"며 CCTV 영상 공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기하 대구시 안전관리과 CCTV 관리팀장은 "CCTV 영상 확인 요청이 들어오면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 과정을 통해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센터가 경찰 수사 목적으로 영상을 제공한 건수는 2014년 3천203건이었지만 지난해 9천992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CCTV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CCTV 영상기록장치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설치한 냉각팬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도 있다. 실제 북구 동천동의 2m 높이 전봇대에 설치된 CCTV 바로 옆 주택에 살던 30대 여성은 냉각팬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생활 침해 민원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집 주변에 설치된 CCTV가 '우리 집 안을 다 찍는 것 같다'거나 '창문을 직접 찍고 있는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지난해 달서구에서 2건, 북구와 수성구에서 각 1건씩 CCTV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런 민원의 경우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 곧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다"며 "주민과 만나 CCTV가 실제 어디까지 찍고 있는지 설명하고 주민과 협의해 각도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 CCTV 통합관제센터는 지난해 12월 현재 방범용 3천775대, 초등학교용 1천793대, 교통관리용 425대 등 총 6천85대(달성군 제외)의 CCTV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범용 CCTV 595대를 추가 설치하고, 저화질 CCTV 495대를 고화질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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