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나의 왼손잡이 탈출기

입력 2016-02-24 18:07:40

전 세계 인구 중 왼손잡이는 약 10%. 수천 년이 흘러도 이 비율은 신기하게도 계속 유지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개, 고양이, 앵무새, 물고기들도 왼손잡이가 존재한다고 하니 '좌우의 논리'는 좌우간 신기할 따름이다.

자랑할 일도 아니고 숨길 일도 아니지만 난 왼손잡이였다. 아니 지금도 내 두뇌의 명령 체계는 왼쪽 위주로 돌아간다.

글씨나 숟가락질까지 모두 왼손으로 하는 '진성'(眞性)은 아니지만 어릴 적 대부분의 동작은 왼손이 담당했다. 던지기, 젓가락질은 물론 칼질까지.

평생 '좌익 인사'로 살아갈 것 같았던 나의 앞길에 중요한 사건 하나가 터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전거를 타다 팔이 부러진 것이다.

한쪽 팔이 깁스에 묶여 있던 두어 달 동안 어쩔 수 없이 오른손잡이로 지내야 했다. 용불용설(用不用說)까지는 아니더라도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 시기에 몇 가지 행동이 오른손으로 넘어왔다. 이를테면 팔매질, 자치기, 팽이 돌리기 같은 것들이다.

몇 가지 동작이 우측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난 왼손잡이였고 결정적으로 젓가락질(왼손잡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을 좌수(左手)에 의존했다.

'바꿔야지' 여러 번 결심을 했지만 '본능'이 시키는 일이어서인지 이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유년 시절을 보내고 난 대입 재수생활을 하게 되었다. 당시 난 남녀 혼성반에 있었는데 한 가지 난처한 일이 생겼다. 점심때 도시락을 먹는데 양손으로 식사하는 모습에 여학생들이 키득키득 웃는 것이었다. 사춘기 부끄럼 많던 시절 이런 어설픈 내 모습을 도저히 여학생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저녁에 한두 시간씩 집에서 젓가락질 훈련을 했다. 일주일쯤 하다 보니 콩자반까지 자유자재로 집을 정도가 되었다. 이 훈련 덕에 내 식사 시간은 다시 즐거워졌고 나의 습관 중 하나가 또다시 오른쪽으로 넘어왔다.

이런 여러 가지 곡절을 거친 덕에 난 양손을 거의 자유자재로 쓴다. 당구'볼링은 왼쪽으로, 탁구, 야구, 테니스는 오른손으로 한다.

두손을 자유롭게 쓰다 보니 생활에 편리한 점이 많지만 한계도 많다. 행동, 동작이 양손으로 갈리면서 비례해서 재능도 반으로 나뉘었다.(그러다 보니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30년 넘게 친 당구는 아직도 200점을 밑돌고 10년 구력의 볼링도 120에서 멈춘 지 오래다.

얼마 전엔 숨어 있던 '좌익분자'를 하나 더 우연히 발견했다. 음식을 씹는 동작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식사 내내 왼쪽 치아만 쓰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편중된 저작(咀嚼)은 치아 구조의 변형은 물론 체형까지 왜곡시킨다고 한다.

난 요즘 식사 때 '양쪽 씹기' 습관을 들이고 있다. 반년 동안 노력한 끝에 요즘 대충 좌우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우클릭을 몇 번 반복한 덕에 좌익 인사의 행렬에서 벗어나 어느덧 '중도 인사'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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