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고성군이나 비무장지대에 공단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자 이명박정부는 즉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5'24조치를 발표했고, 대북문제에 대한 기탄없는 의견을 듣고자 통일고문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통일고문은 이홍구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무역협회장, 민통의장, 체육회장, 여성단체회장, 경제인연합회장, 예총회장, 각 종교 지도자 대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의 차례가 되었을 때 "개성공단은 애초 시작이 잘못되었다. 분단의 완충역할을 하며 통일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개성이 아닌 비무장지대에 설치했더라면 우리의 기업과 자본이 볼모로 잡힐 일도 없고, 원산지 표시를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하니 물건값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자리에 당시로서는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견이라 내심 부담스러웠으나 뜻밖에도 많은 분이 큰 박수로 동의해주었다. 생각해보면 개성공단은 취지와는 달리 조성 이후 줄곧 평온한 날이 없었다. 북한은 마치 큰 혜택이라도 주는 양 끊임없이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우리는 그들의 변덕과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줄 수밖에 없었다. 바람 잘 날 없는 남북 관계 속에서 북한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자금이 북한의 군비, 즉 미사일 개발 사업에 사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간의 정황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의심은 무리도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2009년 필자가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 재임 중 마산에서 민통 전국대회가 열렸을 때였다. 당시 김태호 경남지사는 축사에서 "민족, 민족, 통일, 통일 했지만 좌파정권 10년 후에 돌아온 것은 핵폭탄이었다"고 햇볕정책을 가감 없이 질타했다. 이 말이 끝나자 일부 회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단상으로 달려가는 등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햇볕정책의 꼼수도 있었다. 노무현정부 시절 이재정 통일부장관(현 경기도 교육감)은 민족통일협의회 지도자들과 회합을 할 때, 우리가 북한에 이제껏 도와준 것이 국민 1인당 3천원밖에 안 된다고 했다. 환산하면 1천억원 미만이다. 그런데 그 후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회의 때 북한에 준 돈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10조원이 된다고 했다. 나는 이 두 분의 수치가 100배나 차이가 나서 과연 이 사실을 남들에게 이야기해도 좋을지 망설였다. 몇 년 후 각 신문을 통해 북한에 준 돈의 액수가 속속 드러났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이 정확했다는 것을 알았다.
2007년 필자는 평양에 초대받았다. 통일 열차에 몸을 싣고 금강역에 내려 그들과 통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오면서 머릿속에 정리된 것은 세계의 유일한 분단민족인 우리는 분명 통일이 되어야 하며 그 시기는 '오늘이 당장 통일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이었다. 북한은 현재 인공위성을 가장하여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핵 소형화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혹자들은 개성공단 폐쇄와 경제 지원 축소, 그리고 국제 사회와의 고립으로 북한은 앞으로 더욱 이성을 상실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러한 예견은 현실로 터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들 깡패들이 서로 "밤길 조심해라"며 앙심 짙은 협박을 하곤 한다. 우리가 폭군에게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굴면 우리는 영원히 폭군의 노예가 된다. 햇볕정책, 개성공단과 같은 대응으로 폭군을 달래기만 해서 언제 통일이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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