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서문 야시장을 기다리며

입력 2016-02-18 20:52:50

대구에는 밤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들 한다. 2차'3차로 주야장천 이어지는 술자리 말고,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그런 밤의 명소 말이다. 대구를 비롯해 도시마다 특색있는 '나이트(Night) 관광 콘텐츠'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야시장'(夜市場)이다.

국내 야시장 중에는 부산 중구의 '부평깡통야시장'이 유명하다. 2013년 부평깡통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야시장이 개장됐다. 부평깡통시장은 국제시장과 바로 이웃해 있고,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이 부근에 있다. 이 시장은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밀수입된 각종 군수품이 팔리던 곳이었다. 군수품 중에 통조림류가 많다 보니 이런 특이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부평깡통야시장은 부산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부평깡통시장 안 100여m 길 가운데는 밤만 되면 포장마차형 매대들이 줄을 지어 선다. 영업시간은 오후 7시 무렵부터 자정까지다. 부산어묵, 씨앗호떡, 납작만두 등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주전부리들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같은 다문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바로 인근에 부산 앞바다와 자갈치 시장이 있으니 관광객의 발걸음이 자연히 이어진다. 이 야시장엔 평일 3천여 명, 주말에는 8천여 명 안팎의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깡통야시장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면서 이후 부산에는 초량동 초량전통시장 내 '초량이바구야시장', 수영동 팔도시장에 '수영팔도야시장'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곳들 역시 다문화 먹을거리, 수공예품 등을 내세워 야간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도 오는 5월 개장 예정이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서문 야시장은 이 부평깡통야시장을 벤치마킹했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5월 초 개장 예정인데, 현재 야시장 매대 운영자를 선발하고 있다. 80명 운영자 모집에 923명이 몰렸다. 80명 중 식품이 65명, 상품이 15명이다. 야시장 고시(考試)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대 운영자로 뽑히기가 어렵다. 시는 서문 야시장을 대구의 밤을 상징하는 새로운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야시장 규모도 서문시장 정문부터 350m 구간에 이른다. 전동개폐식 지붕을 갖춘 돔 형태의 아케이드가 설치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먹을거리만 있는 게 아니라, 미디어파사드 같은 형형색색의 볼거리들이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개장을 앞둔 서문 야시장의 성공 과제로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는 야시장 매대 운영자 선발 과정의 공정성이다. 부산 경우 기존 점포 임대료를 인상시킬 정도로 야시장 영업이 잘됐다. 야시장 운영권을 획득하면, 연간 상당한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매대 운영자 모집에 구름떼처럼 몰린 게 방증이다. 매대 운영자 선발에 강한 공정성이 필요하다.

둘째는 야시장을 전담 관리하는 기구의 설치다. 서문 야시장 매대 운영자는 말 그대로 운영권을 1년에 한해 받을 뿐, 매매 및 제3자 임대가 금지된다. 음식 매대든, 상품 매대든 시민 반응이 좋지 않으면 계약 갱신을 않는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기존 상인들과의 상생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부평깡통야시장 경우 작년 9월 부평시장상인회와 매대 운영자 간 내부 갈등으로 5일간 휴점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야시장에 장사가 잘되면서 기존 점포 임대료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잡음 없이 이뤄지려면 중립적인 야시장 전담 기구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관광객 유인책을 꼽고 싶다. 서문시장은 말할 나위 없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동성로 상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연계 명소가 없다. 부평깡통야시장이 가진 남포동이나 자갈치시장, 부산 앞바다 같은 명소가 부러울 따름이다. 서문 야시장에 관광객을 꾸준히 불러모으려면 야시장→중구 도심→대구 전체로 관광 코스를 연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