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족 싫다" 울릉署 기피하는 포돌이

입력 2016-02-16 00:01:00

올 상반기 전입 직원 1명 불과…뱃길 자주 끊기고 高물가 원인, 지원책 절실

최근 들어 경찰관들의 울릉도 근무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울릉경찰서 전경. 김도훈 기자
최근 들어 경찰관들의 울릉도 근무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울릉경찰서 전경. 김도훈 기자

"울릉도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울릉경찰서 A경위는 지난해 말 육지로 전출 신청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만 2년이 넘은 데다 높은 물가 또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발표된 경북지방경찰청의 인사 교류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울릉도 근무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1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1명만 육지로 전출을 갔다. 그는 "2013년 울릉도에 올 때만 해도 지원자가 많아 탈락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했다.

육지에서 울릉경찰서로 전입한 대다수 직원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족'이다. 하지만 직원 수가 50여 명밖에 되지 않는 탓에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고 뱃길도 자주 끊겨 가족을 만나러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한 직원은 "2, 3개월에 한 번 가족을 만나고 오기도 힘들다. 일부 직원은 명절도 못 챙긴다"고 했다. 육지보다 1.5~2배 비싼 높은 물가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치안 수요가 많은 육지보다 업무 강도는 낮다. 몇몇 보직을 제외하곤 승진시험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다. 이런 점은 육지 경찰의 울릉도 유입을 유도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찰관들의 울릉도 근무 기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울릉경찰서의 최근 4년간 전입'전출자 통계를 보면 2013년만 해도 상'하반기 각각 6명씩 총 12명이 울릉도로 들어왔다. 2014년에 다소 줄긴 했지만 8명이 전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울릉서로 전입한 직원은 상'하반기 각각 3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상반기 1명에 불과했다.

육지 경찰의 울릉도 유입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지난해 교통단속 성과는 좋은 사례다.

울릉도는 지역이 좁은 탓에 경찰은 교통단속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지역 선후배로 얽혀 있어 조금만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면 원망의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2014년 한 해 동안 지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2명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교통계장이던 A경위를 중심으로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안전벨트'안전모 미착용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펼쳐 개서(1947년) 이래 최다인 877건을 단속했다. 경찰을 향한 원망의 말도 많았지만 결국 지난해엔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고, 주민의식 계도로 이어져 위반 사례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때문에 울릉도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관사다. 울릉경찰서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원 관사가 있다. B경위는 "높은 물가에 직원 관사마저 없었다면 울릉도 근무를 자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울릉서 한 관사는 최근 건물 안전점검에서 당장 철거가 필요한 E등급을 받아 비워져 있다. 울릉서는 이 건물을 허물고 신축을 준비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육지에서 전출 온 일부 직원은 2인실에서 3명이 생활하거나 일부는 파출소에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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