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이인성 길·수성구 정호승 길…따라한다고 '김광석 길' 되나

입력 2016-02-12 00:01:00

대구 중구 김광석 길 인기 자극 구청마다 문화거리 조성 열 올려

북구청이 조성 중인 이인성 거리. 북구청은 산격동에서 활동한 이인성 화백을 테마로 한 거리 조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
북구청이 조성 중인 이인성 거리. 북구청은 산격동에서 활동한 이인성 화백을 테마로 한 거리 조성 사업에 나서고 있다.

11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에덴4차아파트 옆 골목. 7m 높이의 사과나무 벽화가 눈에 띄었다. 벽화는 아파트 한쪽 벽면을 다 채우면서 건너편 아파트 벽면으로 이어졌다. 벽화 속에는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여인, 무표정한 얼굴을 한 아이의 모습 등도 담겨 있었다.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벽화를 손으로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이곳은 북구청이 산격동에서 활동한 이인성 화백을 테마로 한 '이인성 사과나무길' 사업이 추진되는 현장이다.

중구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대구의 다른 구청들도 경쟁하듯 '제2의 김광석 거리'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광석 거리는 2010년 9월부터 시작된 벽화거리 조성 사업으로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2014년 47만7천50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4만1천838명이 방문해 1년 새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김광석 거리는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구청들도 문화거리 조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인성 사과나무길' 사업을 처음 제안한 채정균 이인성아트센터 대구본부장은 "과거 사과밭이 많았던 산격동 일대는 이인성 화백이 어렸을 때 사과나무 그림을 그리던 곳이다. 북구를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성구청은 '정호승 시인의 길'을 추진하고 있다. 범어천 공원 일대 400m 구간에 '시인의 길'을 만들고 4월에는 공원 내 정호승 시비도 설치할 계획이다. 범어3동 주민센터를 이전한 후 빈 공간을 리모델링해 정호승 문학관으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세워놨다.

남구청도 봉덕동 일대에 '한미 친화거리'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남구청에 따르면 11억2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미군 기지 캠프워커 정문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각종 문화교류 사업도 추진한다. 서구청은 '행복한 날뫼길 만들기' 사업을 통해 '날뫼골 행복한 이야기 골목길' 조성, '달성토성 둘레길 정비'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구 곳곳에 문화거리가 추진되면서 비판 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인성거리 인근 주민 최모 씨는 "벽화가 그려진 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벽화 거리 조성에 쓸 예산으로 차라리 낙후된 주변을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남구청이 조성한 '문화예술생각대로'에 있는 한 악기점 직원은 "거리가 전반적으로 깨끗해졌지만 보행자 중심 거리로 변하면서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고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영은 대구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각종 거리 조성 사업이 구청별로 추진되고 있지만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면서도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구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주민 갈등을 줄이고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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