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20세기 가장 뛰어난 역사학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카(Edward Carr)의 말이다. 역사는 과거의 박제된 사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재해석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역사는 흐른다고 하는 것일까.
한국 역사 속에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기에 역사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단체가 적지 않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한국정신대연구소, 나눔의 집에 이어 네 번째로 대구에도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문을 열어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희움'이란 '희망을 모아 꽃을 피움'이라는 말의 처음과 마지막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위안부 관련 자료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고 읽을 수 있다. 대학생 안병규(경북대 사학과) 씨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인터넷'문헌자료로 찾아보고 세미나도 했지만 역사관에 와보니 일본의 만행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역사관이 대구 시민이나 관광객이 배우고 느끼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정신대할머니 단체 활동이 시작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여성회에서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를 만들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1997년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라는 정식 명칭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지난해 말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개관했으니 20년 만에 오롯이 그 정신을 담은 그릇이 완성된 셈이다.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고(故) 김순악 위안부 할머니가 '나를 잊지 말아 달라'며 남긴 소중한 유산이 마중물이 되어 관청의 도움 없이 순수한 후원금만으로 세워져 더욱 의미가 크다. 대구 중부경찰서 맞은편의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을 매입한 뒤 건축가 석강희 ATF건축사무소 소장의 감각으로 일제 만행을 알리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1층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들이, 2층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내용들이 전시돼 있다. 다목적 교육관에는 대구경북지역 위안부 할머니 26명의 유품과 증언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안이정선 관장은 "역사는 흐르는데 반세기가 넘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는 게 안타깝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는 일로 저희 역사관이 역사의 산 증인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홍보와 기금 마련을 위해 '희움 쇼핑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압화 작품, 팔찌, 에코 가방, 파우치 및 할머니들의 일대기를 담은 책 등을 2천~2만원대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이다. 중구청에서 실시하는 '근대로의 여행' 1코스에 들어있어 단체투어로도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3)257-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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