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온 가족이 통곡의 벽에 모여 기도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1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 시티(구시가지) '통곡의 벽' 높이 약 1.7m의 분리대를 사이에 두고 유대인 모자(母子)가 나타났다.
올해 13세 된 아들과 그 어머니 리아노(53) 씨는 히브리어로 유대교 전통 노래를 불렀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성지인 이곳에 성별 공간을 나누지 않는 예배 장소를 만든다는 이스라엘 정부 발표 이후 풍경이다.
지난달 이스라엘 정부는 앞으로 1년 동안 900만달러(약 108억원)를 들여 1천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혼성 기도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구약시대 솔로몬 때 세운 구시가지 내 약 57m 길이의 서쪽 성벽을 일컫는 통곡의 벽은 유대인의 역사적 발자취와 궤를 함께하는 곳이다.
예수 사망 이후 로마군이 유대인을 학살하자 성벽이 통곡했다는 설화와 수차례 전쟁을 겪은 유대인들이 서쪽 성벽에 모여 울었다는 설에서 유래한 이름이 통곡의 벽이다.
리아노 씨와 아들은 유대교 관습에 따라 통곡의 벽에서 성년식을 치르고자 미국 뉴저지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까지 왔다.
리아노 씨는 성인 남자 키보다 조금 낮은 녹색 울타리 앞에서 30분 넘도록 발꿈치를 들고 아들의 성년식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유대인 청소년들은 12, 13세가 되면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 예절에 맞춰 성년식을 치른다.
그는 "이렇게 아들의 성년식을 직접 보게 되니 뿌듯함을 느낀다"며 "남녀가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고 나서 치렀으면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 분리대 옆 널찍한 장소에 자리를 잡은 방문객도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고 이스라엘 안내원이 귀띔했다.
통곡의 벽은 80여 년 전부터 남녀 기도 공간을 분리 운영해 유대교 내 여성 차별을 상징하는 장소로도 여겨진 곳이다.
홀로 기도를 하러 온 일란 브레스렐(39) 씨는 "아내가 아이들과 여성 전용 구역에 들어가면 혼자 남아 적적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혼성 공간이 생기길 기대했다"고 정부의 이번 발표를 반겼다.
그는 이어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러 오지만, 정작 기도할 때 가족과 함께할 수 없다고 상상하면 그 슬픔은 비신앙인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여성 구역 안내자에 따르면 3, 4년 전 통곡의 벽 오른편에는 남녀가 같이 입장할 수 있는 임시 공간이 있었으나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반발로 이내 폐쇄됐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여성권리 단체인 '벽의 여인들'(Women of the Wall)은 남녀가 평등하게 기도할 권리를 찾기 위해 통곡의 벽 앞에서 27년간 꾸준히 시위를 벌여왔다.
벽의 여인들 홍보담당관 시라 프루스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며 역사적으로도 중대하다"며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서는 오래전부터 혼성 예배가 열리고 있다"고 동등한 기도 기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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