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한 '신분의 벽' 슬픈 미생들

입력 2016-01-28 00:01:00

정규직은 스마트폰 알바는 금지…일은 같이, 식사 때는 합석 제한

대구 한 영화관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5'여) 씨는 정규직 직원과의 차별 때문에 여러 차례 설움을 받았다.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이 다를 뿐 아니라 근무 여건 등에 있어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김 씨는 정규직과 알바생의 차별을 뼈저리게 느끼는 일을 겪었다. 폭언과 욕설을 쏟아붓는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다 경찰에 고소하려 했지만 스마트폰이 없어 고객의 범죄 행위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회사 측에서 알바생은 근무 중 스마트폰을 포함한 개인 물품 소지를 금지한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 직원이 스마트폰을 가진 걸 보고 화가 치밀었다. 김 씨는 "규정이 업무 효율 등을 명목으로 하고 있지만 오로지 알바생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판매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며 액세서리 착용도 금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알바생에게만 적용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정규직이 '치졸한' 차별에 멍들고 있다. 갖가지 명목으로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차별 대우를 하는 곳이 많아 서러움을 호소하는 비정규직들이 많다.

아르바이트 전문업체 알바몬의 설문조사(2014년)에 따르면 알바생을 포함한 계약직 근로자 10명 중 9명이 '계약직이라 서러운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일은 똑같이 하고 대우는 정규직만 받을 때'(23.0%)를 서러운 순간 1위로 꼽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설움을 다루면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장면이 등장한다. 같이 회사에 입사한 정규직 동기들은 설 선물로 '스팸 세트'를 받았지만, 계약직인 주인공은 '식용유 세트'를 받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더 눈물 나는 차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이모(27'여) 씨는 '먹는 설움'도 당했다. 정규직 직원들은 식사 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식비도 챙겨줬지만, 알바생들은 구석에서 빵 등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이 씨는 "일이 끝나고 간식을 사 와서 먹을 때 정규직끼리 몰래 먹는 일도 있었다. 최저시급 등의 근무 조건도 중요하지만 정규직과의 차별이 사실 더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간제 등 비정규직 다수 고용 사업장 299개소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 28개 사업장에서 차별적 처우를 적발했다. 하지만 단속이 임금 및 복지 혜택 차별에만 집중된 탓에 직장 내 정규직과 알바생의 갑을 관계에서 오는 차별은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직원 교육은 주로 고객 응대에 집중되는데 노동법이나 인권 관련 내용도 추가해 알바생이 사업주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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