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기계와의 싸움

입력 2016-01-26 00:01:00

인간과 기계와의 공존, 또는 싸움의 문제는 산업화가 진행하면서 늘 화두였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 산업혁명 과정에서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이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분노였다.

이를 코믹하지만 섬뜩하게 풀어낸 것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작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가 아닐까 한다.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낄낄거리다가도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절망과 체념이 스며 있는 것을 느끼며 씁쓸해했다.

인간과 기계는 이제 불가분이다. 문명과 완전히 동떨어져 살지 않는 이상 인간은 기계로부터 독립해 살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만약 둘이 경쟁한다면 패배자는 늘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아직은 기계가 인간처럼 섬세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늘 상처받는 것은 인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는 곳곳에 있다. 영화나 소설 등 가상의 세계가 수없이 경고했듯 언젠가는 인간의 일 대부분을 기계가 대신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특정 분야에서도 점점 기계가 우위에 올라설 조짐이다. 당대 최고의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는 이미 1997년에 IBM이 만든 컴퓨터 딥 블루에게 패했고,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의 최다 상금왕과 74번 연속 우승자도 2011년, IBM 컴퓨터 왓슨에게 졌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한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3×3 큐빅을 로봇이 1.047초 만에 맞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사람의 기록은 4.904초였다. 기억량이나 속도를 경쟁하는 분야여서 그러려니 하지만 체스처럼 면밀한 두뇌 싸움 분야까지도 인간이 밀린 것은 충격이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뽑은 올해 20가지 이슈에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의 현실화 등의 주제가 포함됐다. 수십 년 전 영화나 소설로 보면서 '기발한 착상으로 멋들어지게 만들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라며 애써 외면했던 것이 하나씩 현실이 됐거나 되려고 착착 준비를 하는 셈이다. 영국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에서 던졌던 섬뜩한 메시지를 아직도 기억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보그'. 그의 출현이 언제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곧'일 거라는 두려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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