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북핵 해법, 6자회담이 최선이다

입력 2016-01-26 00:01:00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朴 대통령 北 제외한 '5자회담' 지시

대화에서 압박으로 무게 이동 의미

중국·러시아 수용 가능성 거의 없어

유엔 차원 대북 공조로 호흡 조절해야

불쑥 박근혜 대통령이 '5자회담'을 거론하면서 북핵 문제를 푸는 방식에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한 후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이 나오자마자 바로 당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해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길 희망한다"며 6자회담 고수를 강조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 제안을 정면 반박하는 중국 측 공식 입장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1월 22일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발언을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사실상 수정했다. 6자회담을 5자회담으로 바꾸는 제안을 내놓기 전에 주요 당사자인 중국과 전혀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사전 조율 흔적도 없어 보인다. 주한 미 대사관에서 5자회담 지지 입장이 나왔을 뿐이다.

5자회담과 6자회담은 얼핏 보기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본질적인 큰 차이가 있다. 6자회담은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 유관국 간에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토로 출발했다. 하지만 5자회담은 대화의 한 축인 북한을 배제하면서 5자 당사국들의 일방적 결정에 무게를 둔다.

이것은 무게 중심이 대화에서 압박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5자회담은 북한과 5자 당사국 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 형성 속에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5자회담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5자회담은 5자 당사국 간 일치된 목소리와 일관된 행동을 전제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완벽한 동참 속에 5자회담이 이뤄져야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5자 중 한미일과 중러 간 틈새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5자회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면 한미일 간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5회담을 둘러싼 유관국 간 분열은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 등 국제사회의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는 5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5자회동 자체를 꺼려왔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부터 1월 26일 오늘까지도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는 소식 깜깜이다. 4차 핵실험 바로 다음 날인 1월 7일 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화를 받고 북핵 실험과 관련, 강력한 제재 입장을 확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한 바도 있다.

5자회담 추진은 실현 가능성과 방식 자체에 모두 문제가 있다. 중국을 한미일이 요구하는 수준의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제재 움직임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 흘러나오고 있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시점에서 호흡을 조절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갖고 심사숙고하면서 대처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공조이고, 이후 6자회담을 통해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테이블은 6자회담이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 접근법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중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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