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철인데 우짜노…" 풍랑·한파에 조업 못해

입력 2016-01-25 00:01:00

울진 어선 573척 중 11척만 조업…장기간 중단땐 값 올라 관광 위축

24일 울진군 죽변항의 모습. 23일부터 동해안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조업에 나서야 할 어선이 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묶여 있다. 신동우 기자
24일 울진군 죽변항의 모습. 23일부터 동해안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조업에 나서야 할 어선이 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묶여 있다. 신동우 기자

최악의 한파가 동해안 어민들의 마음을 얼려놓고 있다. 대게 철을 맞아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자,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려야 할 때에 배를 세워놓아야 하는 것이다. 어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4일 울진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17℃를 기록하는 혹한이 들이닥쳤다. 드높은 태백산맥도 북극의 냉기로부터 울진을 지켜주지 못했다.

23일 저녁부터 24일까지 금강송'온정'북면 등 울진의 대표적 산간지역에는 한파경보가, 죽변'후포면 등 동해안 바닷가와 인접한 지역은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이토록 매서운 한파보다 울진 주민을 더욱 춥게 만든 것은 풍랑주의보. 23일부터 동해안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며칠째 배가 출항하지 못해 수산업의 피해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 이달 현재 울진에 등록된 어선은 총 573척이다. 이 가운데 24일 현재 출항에 나선 배는 대형선 11척이 고작이다.

1월이 대게'홍게 등 동해안 최대 어업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이번 이틀 동안의 한파로 발생한 피해는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 죽변수협에 따르면 올해 대게'홍게의 하루 평균 위판액은 2천만~5천만원가량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한파로 인한 육지의 직접적인 피해는 신고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장기간 조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대게 가격이 지금보다 더욱 올라가 동해안 관광시장이 위축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주 양남과 양북, 감포읍도 지난 7일부터 풍랑과 한파로 조업하지 못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파도와 한파로 감포의 전천항과 나정항의 통발어선 30여 척이 발이 묶여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칠 감포 나정어촌계장은 "이맘때쯤 되면 북풍시기여서 파도와 한파가 밀려오지만 이번 파도와 한파는 평년의 규모를 넘어섰다"면서 "영세어민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동해 앞바다에는 너울성 파도가 일어 도로 축대벽을 넘어 상가 입구까지 바닷물이 차올라 침수되는가 하면 일부 해안도로가 유실되는 피해가 났다.

이번 한파에 바닷가 상권은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24일 낮 영덕의 대게 상권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흔히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라 한다. 예년 대로라면 이달 말부터 영덕 대게 상권은 대게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붐벼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 영덕은 한파 때문에 나들이객이 줄면서 썰렁한 모습을 연출했다.

강구항의 한 상인은 "가뜩이나 최근 대게 조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지난 12월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비싸져 손님들이 전보다 적게 먹고 돌아가고 있다.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매출이 떨어졌는데, 추위로 손님 발길이 또 끊기니 이래저래 울상이다"고 말했다.

어촌 상인들의 상황은 포항 구룡포 쪽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한파 탓에 횟집마다 비상이다. 식당 주인마다 수족관에 보관 중인 물고기가 얼어 죽을까 노심초사하는 것.

한 횟집 주인은 "장사도 안 되는데 추위 때문에 수족관 물고기가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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