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크라프칙 구글 자율주행 차 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가 운전하면서 느꼈던 단점들을 해소 시켜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20세기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개척한 포드(Ford)의 엔지니어 출신인 그로서는 우리 일상을 바꿔놓을 '혁명'을 이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을 터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하면 혼란도 불가피하다. 자율주행 자동차(autonomous car) 시대의 개막이 몰고 올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
-운전면허증 필요 없어지나요?
▶자율주행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방향 조정이나 속도 제어를 보조만 하는 1'2단계, 돌발 상황에만 수동조작으로 전환하는 3단계, 완전 자율주행인 4단계로 나뉜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해 주어진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게 궁극적 목표인 셈이다.
최종 단계인 4단계까지 이른다면 지금과 같은 운전면허는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운전에 필요한 정확한 조작, 상황 판단을 컴퓨터가 처리하기 때문이다. 반사 신경이 늦은 고령자, 취객이나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심지어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는 "미래에는 인간이 차량을 운전하는 행동이 금지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실제 판매되는 차량에 적용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전과 관련해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어 당장 시판되기는 어렵다. 자율주행 시험 면허는 이를 감안해 만든 과도기적 장치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공공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차량관리국으로부터 개별 차량이 전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벌금 딱지도 사라지겠네요?
▶그렇다. 주행 중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과태료도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교통신호 인식, 차간 거리 제어'차선 유지 기능은 물론 제한속도 구간이나 과속 위험 구간에서는 내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차량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은 최근 새로 선보인 고급 세단 승용차들에도 장착되고 있다.
다만, 단속 기준이 자율주행 시대에 맞게 완전히 정비되기 전까지는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2012년 네바다주의 '무인자동차허용법'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관련 법이 차츰 제정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기존 법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주행 중이던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지나치게 느리게 달린다는 이유로 교통경찰관의 주의를 받은 일도 있었다. 이 차량이 규정속도 이하로 서행하는 바람에 교통 체증이 빚어진 탓이었다. 구글 개발팀은 해프닝과 관련해 "자율주행 차 누적 운행 기록이 190만㎞가 넘지만 아직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떼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직접 운전하지 않으니 운전대도 필요 없어지나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2년 통과된 자율주행 차법에 따라 자율주행 차의 안전, 성능, 판매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법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 초안을 내놓고 소비자와 업계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자율주행 차 연구개발'시험주행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어서 이 법규는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초안은 우선 자율주행 차에 핸들과 트랜스미션'액셀러레이터'브레이크 등을 반드시 설치, 유사시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자율주행을 실시하더라도 비상상황에 대비해 운전면허를 보유한 운전자의 탑승을 의무화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차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무인 택시 사업을 구상 중인 구글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비해 운전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테슬라 등의 기업은 환영의 뜻을 밝혀 차이를 보였다. 캘리포니아주 자동차국(DMV)은 이와 관련, "자율주행 차 도입 초기에는 안전보장을 위해 다소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기술, 경험이 축적되면 규제를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자동차'IT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여전히 우려를 표시한다. 예기치 못한 오작동 등에 따른 사고의 책임 소재 등이 대표적 논란거리이다.
캘리포니아주가 자율주행 차 법규에서 상용화 초기에는 개인이 자율주행 차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조업체에서 리스해 사용하도록 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차량 안전 점검, 자율주행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검증 의무와 책임을 제조업체에 부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3년 만에 겨우 마련한 이 법규조차 이해당사자들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이 최근 큰 관심을 모으면서 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율주행 중 사고에 따른 제조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 탑승'운전자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 여부 등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다. 이재관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본부장은 "현행법에서는 기계가 인격을 가질 수 없는 만큼 자율주행 차의 사고 책임은 운전'탑승자가 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율주행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며 "첨단 기술 개발보다 사회적 합의가 더 큰 숙제"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해킹 위험 없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 차량의 위치정보 수집'이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자율주행 차 간 통신과 관련한 해킹 사고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악용될 경우 도난, 협박 등 범죄에도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캐나다의 한 인권단체는 지난해 밴쿠버 모터쇼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첨단 무선 인터넷장치를 장착한 스마트카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업체가 운전 기록을 통해 얻는 개인정보 종류와 양이 엄청난 만큼 이를 제어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관련 업계나 정부 차원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업마다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상용화 기술 개발 이슈에 묻히는 모양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으며 신나게 달릴 날은 어쩌면 훨씬 더 먼 훗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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