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보조금 '눈먼 돈'…관리 체계 개선 이뤄져야

입력 2016-01-21 00:01:00

타인 명의 빌려 허위 채용, 법망 허술 부정수급 가능

7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해 예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 씨는 이 업체에서 일하는 것처럼 등록했고, 업주는 정부로부터 김 씨에게 나오는 인건비를 받아 챙겼다. 김 씨는 "보조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알고 보니 나 말고도 3, 4명이 이름을 빌려줬다. 아마 이렇게 새나가는 돈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이나 노령층 등 취약계층을 고용할 때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고용보조금'이 새고 있다. 일부 악덕업주가 일하지 않는 사람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지정 전 단계에 예비 사회적기업 단계를 거친다. 현재 대구시에 등록된 사회적기업(예비 사회적기업 포함)은 총 127곳.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의 사회적기업은 지난 2007년 50곳에서 2014년 1천251곳으로 급증했고, 예비 사회적기업도 같은 기간 396곳에서 1천466곳으로 늘었다.

부정수급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 곳이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은 신규직원 채용 때 1년간 정부로부터 고용보조금(1인당 월 100만원)을 지원받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하지만 허술한 관리로 부정수급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예비 사회적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으면서도 고용보조금 등의 재정지원은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또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는 것 외엔 별다른 점검이 없어 사실상 부정수급을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암암리에 부정수급을 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소문은 간혹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부도덕한 업체들의 비리로 건전한 사회적기업까지 이미지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4년 8월 11명의 명의를 빌려 인건비 1억3천만원을 빼돌린 업체와 4명의 명의를 도용해 4천여만원을 부정수급한 2개 업체만 적발됐을 뿐 지난해 이후 예비 사회적기업에 대한 별다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순 방문만으로는 허위로 직원을 등록했다거나 등록된 사람에게 보조금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계좌조회 등 점검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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