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행(行)과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과 뒤이은 사과는 정치판을 더욱 희화화하는 경박한 처신이다. 전자는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정파를 넘나들었다는 점에서, 후자는 여기서 이 말 했다가 저기서 다른 말하는 기회주의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인사가 '멘토'라니 그 '멘티'의 수준 또한 알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김 전 의원의 경력은 '팔색조'만큼이나 화려하다. 11'12대 민정당 전국구, 14대 민자당 전국구, 17대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6공 때 보사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어 2011년에는 안철수 현 의원의,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 멘토'로 활약했다. 자신을 의탁할 주군을 찾으러 온 천하를 기웃거렸던 춘추전국시대의 유세가(遊說家)를 연상시킨다.
물론 변신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자신의 철학이나 생각과 맞지 않으면 결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김대중계(系)-안철수-박근혜까지의 긴 여정 중에서 한 군데에도 정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가 옮겨다닌 정파가 정치적 또는 정책적 스펙트럼에서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극과 극이란 점에서 그렇다.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면 이는 '무소신'이거나 기회주의적 변신이다. 그의 더불어민주당 행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 위원장의 처신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저의 진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간청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대 명예교수로 존경받은 지성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자기 발언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국부이면 국부이고 아니면 아니지 '너그럽게 이해해달라'니 무엇을 이해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의 '국부' 발언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보수층 공략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를 '간청'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처신을 보면서 자라나는 세대가 기성세대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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