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 연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현재와 미래는?

입력 2016-01-11 00:01:00

수업개선 등 학교교육 질적 향상 기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한 '샤 교육 포럼'이 7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7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7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고교'대학연계 샤 교육포럼'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발전 방안'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덕 마산 성지여고 교사, 권오현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 배태식 경북 오상고 수석교사, 김형길 부산 예문여고 교사, 전영갑 울산 약사고 교사.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7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샤 교육 포럼'이 열렸다. '샤'는 서울대 정문을 형상화한 조형물에서 따온 이름. 이 행사는 서울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연 '고교-대학 연계 교육 포럼'이다. 대구에서 처음 열린 '샤 교육 포럼'은 서울(8일)에 이어 광주(12일), 대전(13일), 제주(2월 12일) 등에서 차례로 열린다.

이 포럼의 화두는 대학입시에서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대구시교육청 박정곤 중등교육과장은 "이 행사는 서울대 입학 방법을 이야기하는 입시 설명회가 아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공교육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라고 했다. 서울대와 함께 대구시'부산시'울산시'경남도'경북도교육청이 마련한 1차 '샤 교육 포럼' 현장을 지면에서 중계한다.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발전해나가는 게 좋을까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행복도는 바닥이라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행복도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은 전형의 설계와 운영이 학교 교육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대학입시는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자기 계발과 '연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활동과 경험을 존중해주고 대학은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도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의 전형 요소는 선발 도구가 아니라 교육적 연계 장치라는 시각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철저히 학교 교육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학교 수업의 질적 개선이 이뤄져 교과 수업에서 강의와 모둠 활동 및 협동 학습이 조화롭게 구성되고 이를 학생부종합전형이 평가에 반영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더 좋겠다.

▷배태식 구미 오상고 교사=서울대는 '논어'를 빌려 학생부종합전형의 인재상을 학업 역량인 지(知), 학업 태도인 호(好), 학업 외 소양인 락(樂)을 갖춘 사람으로 설명했는데 너무 학업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계약직 비율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는 등 입학사정관들의 신분이 안정돼야 한다. 암기식, 주입식, 주요 과목 위주인 학교 수업 방식도 협력과 토론, 실습, 과제연구 등 학생이 만들어 가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전영갑 울산 약사고 교사=많은 고교에서 아직 교사 주도의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수능시험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울산만 해도 학교는 학력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일률적인 방과후학교와 강제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제자리를 잡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 교육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토론, 실험, 과제 수행과 발표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도입되고 학생들도 자율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자율성을 찾으려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 확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다. 대학은 평가 기준과 평가 방식을 명확히 제시,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김형길 부산 예문여고 교사=교과 점수나 교내 활동의 결과만 평가하지 않고 그 동기와 과정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평가라는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그나마 교육의 본질을 반영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전형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이 학생부 평가 기준과 항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모두 평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 고교와 교사의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취약, 학생에게 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 인력, 업무 구조상 학생을 하나하나 수시로 관찰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교육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김영보 대구 송현여고 교장=학생부종합전형이 진로에 기반을 둔 진학 지도와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현장의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대학의 입시 결과를 보면 결국 정형화된 학업 역량 중심의 평가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전형이 도입 취지대로 다양한 재능과 활동을 통해 미래에 잠재된 역량을 꽃피울 인재를 선발하는 기능을 수행하려면 폭넓은 학업 역량과 활동 역량을 고르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과 학과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역량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인균 부산 명호고 교사=학생부종합전형이 확산하면서 체계적인 진로 활동과 그에 기반을 둔 진학 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성적 위주 등 획일화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전형이 도입됐지만 희망 학과 진학을 위해 고교 교육과정을 대학 교육과정에 종속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비교과 활동의 활성화는 진로에 기반한 진학 지도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쳤고 폭넓은 비교과 활동은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재능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별 특색이 사라지고 백화점식 교육 프로그램 운영, 우수 사례 짜깁기 식 교육과정 개설 등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기도 하다. 활동 내용보다 그 동기와 활동 과정에서의 변화 등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선영래 경북 순심고 교사=학생부종합전형은 '대입의 대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전형은 일선 고교에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나마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부를 비롯한 서류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방법이 부족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교사들이 다양한 방법과 형태로 기록할 수 있게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한편 대학과 고교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평가에 대한 적극적 검증 또는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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