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사람들 "해보니 행복했다"

입력 2016-01-09 00:01:00

옛말에 '버는 자랑 말고 쓰는 자랑 하랬다'라고 했다. 이 말은 돈을 모으려면 저축을 잘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하지만 말을 곧이곧대로 뜯어보자. 제아무리 돈 많다고 자랑하면 무엇하나. 남에게 베풀기 인색하면 구두쇠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 이번에 소개할 두 사람은 '쓰는 자랑'조차 조심스럽다. 이들이 돈 쓰는 자랑을 대놓고 하지 않는 게 나쁜 일에 돈을 써서가 아니다. 사랑을 베푸는 곳에 쓰고 있어 오히려 자랑할 만하다. 그럼에도 자랑하지 않음은 이들의 베풂이 진심이기에 스스로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는 성공한 수술만큼 큰 기쁨…한미병원 신홍관 원장

의사는 환자가 완치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신홍관 한미병원장은 기부할 때 이에 버금가는 보람을 느낀다.

신 원장과 한미병원은 3년 전부터 매주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에 30만원씩 성금을 보낸다. 신 원장의 첫 성금도 김 씨와 비슷하게 시작했다. 한미병원의 성금은 주 단위로 생각하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액수이다. 하지만 이 돈이 1년간 모이면 1천500만원 이상이나 되는 거금이 된다. 쉽지 않았을 결정. 그런데 이 성금 액수에는 신 원장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액수를 성금으로 보냈다가 얼마 못 가서 부담을 느끼고 그만두는 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병원 재정에 부담되지 않으면서 꾸준히 나눌 수 있는 적정 금액을 찾고자 직원들과 고민해서 책정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신 원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병원장이니까 소개되는 사연마다 의료 지원 등 재능기부 형태도 가능할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대해서도 신 원장의 고민이 있었다.

신 원장은 "의사인데 그런 생각을 왜 안 해봤겠나. 한미병원은 정형외과 전문 병원이다. '이웃사랑'에 소개되는 사연을 가만히 살펴보면 정형외과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게 드물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의술로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나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누군가를 돕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을 안겨준다. 동료 의사들에게 사회공헌활동을 자랑삼아 알리진 않지만, 물어오는 이들에겐 꼭 권한다. 이 행복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안동 의류매장 운영 김모 씨

안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62) 씨에게는 아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바로 10년 넘게 매주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에 성금을 보낸 것.

2004년 12월의 어느 날,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배달온 매일신문을 읽었다. 그러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운명의 기사와 마주했다. 자신도 지체장애(3급)를 갖고 있으면서, 디스크로 거동을 못하는 아들을 보살피는 여성의 사연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김 씨는 기사를 읽고 성금 3만원을 '이웃사랑' 제작팀에 보냈다.

김 씨는 "그전에도 기사를 읽고도 넘어간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는 꼭 성금을 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작정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 되어서 매주 성금을 보냈고, 혹시라도 장사에 바빠 잊어버릴까 봐 4, 5년 전부터는 아예 연간 성금을 보내서 매주 소개되는 사연마다 5만원 씩 전달해달라고 제작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웃 사랑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안동의 한 지적장애 특수교육시설에 의류와 신발 등을 매년 2천만~3천만원어치씩 지원하며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김 씨는 "어디 내세우려고 하는 일이라 아니라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냥 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나눌 때 느끼는 뿌듯함, 행복감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면서 "만약 봉사나 기부에 동참할지 말지 고민 중인 분이 있다면 더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행하길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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