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자가 흘러나온 개구리를 던져놓으면
헤엄쳐 간다
오후의 바다를 향해
목숨을 질질 흘리면서
알 수 없는 순간이
모든 것을 압수해갈 때까지
볼품없는 앞발의 힘으로
악몽 속을 허우적거리며
남은 몸이 악몽인 듯 간다
잘들 살아보라는 듯 힐끔거리며 간다
다리를 구워 먹으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도시로 헤엄쳐 갔다.
(전문.『실천문학 통권 91호』.실천문학사.2008)
올해도 개구리는 누군가에게 옆구리를 뜯겨, 옆구리에 내장을 흘리면서도 다시 물로 기어들어 갈 것이다. 기어코 바다로 헤엄쳐 갈 것이다. 목숨을 질질 흘리면서도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뜨거운 호명은 없다. 살아 있는 것보다 우리 삶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시는 그런 생명에 대해 기침을 하고 있는 시이다. 요즘 세상은 아이들이 개구리를 징그러워하는 세상이다. 뜨거운 여름날 개구리알을 찾으러 개울에 발목을 적시던 그 오후에 대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개구리를 처음 만져본 날, 그 볼품없는 앞발을 잡아준 우리의 작은 손가락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부모 개구리의 다리를 구워먹고 고향을 떠나 헤엄쳐, 바다를 건너 도시로 모여든 우리는 지금 어떤 청개구리로 살아가고 있는가? 가끔 목젖을 꺼내놓고 고향을 바라보는가? '목숨을 질질 흘리면서' 우리는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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