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힘이다] "고인과는 무관, 유품은 버려주세요" 가족해체의 안타까운 끝인사

입력 2016-01-07 01:00:03

가족 관계 단절·지병·알코올 중독, 주로 50대 전후로 고독사 많아져

"돈이 든 통장만 가져가고, 아버지 사진은 버리라더군요."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에 맡겨지는 죽음들은 대부분이 고독사다. 이들 고독사에 남겨진 사연은 가족 해체를 민낯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간 한 50대 남성. 사망한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된 그는 오래전 이혼한 뒤 작은 단칸방에 혼자 살았다. 20대 후반의 아들이 있었지만, 10년 넘게 아들과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그가 떠난 단칸방은 사람의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죽음의 참혹함과 쓸쓸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시신이 있던 자리에는 오래전 굳어버린 혈흔이 있었고, 온갖 벌레들의 사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5평 남짓한 방을 가득 채운 낡은 세간과 소주병들은 그의 삶을 짐작게 했다. 집주인은 "매일같이 토스트와 어묵, 소주만 사들고 방에 들어갔다. 너무 깡 말라서 저러다 죽겠지 싶었다"고 말했다.

유품정리업체가 이곳을 찾았던 것도 유족이 아닌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서였다. 연락이 겨우 닿은 아들은 자신을 '고인과 무관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유품을 알아서 처리해달라"는 냉랭한 말을 전했다. 고인의 흔적을 모두 정리하고, 총 1천500만원이 든 통장 10여 개와 그의 사진만이 남았다. 다시 연락을 받은 아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냉큼 달려오더니 통장만 챙긴 채 돌아갔다. 사진은 버려달라고 했다.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는 그의 죽음이 전형적인 가족 해체로 인한 고독사라고 말한다. 주로 50대 전후, 단절된 가족 관계, 지병과 알코올 중독 등이 최근 나타나는 고독사의 특징이다. 고독사의 유품 정리 현장에서는 가족 해체의 씁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는 "유품 정리를 의뢰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집주인들이다. 현장 업무에서 유족들을 직접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비용도 대부분 고인의 방 보증금에서 처리된다"며 "고인이 살아온 집과 유족들의 태도를 보면 가족 해체의 끝이 얼마나 씁쓸한지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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