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중 韓·日 교사 상호방문 수업 "역사공부의 큰 가르침은 반성"

입력 2016-01-04 01:00:12

위안부·독도 문제 등 대화 나눠

대구 성광중학교가 최근 일본 히로시마현 이노구치묘진소학교의 역사 교사인 사타가네 가즈노리 씨를 초청, 2학년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일 교사 상호 방문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광중 제공
대구 성광중학교가 최근 일본 히로시마현 이노구치묘진소학교의 역사 교사인 사타가네 가즈노리 씨를 초청, 2학년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일 교사 상호 방문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광중 제공

한국과 일본 관계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구 성광중학교(교장 신학근)가 한일 교사 상호 방문 수업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성광중은 2013년에 이어 지난달 28일 두 번째로 일본 교사의 역사 수업을 실시했다. 이 수업은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이 한일 민간 교류 활성화 사업 중 하나로 기획한 것이다. 두 나라 교사의 상호 방문 수업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 지향적인 역사 인식을 공유해 동북아 평화 공동체 건설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날 성광중의 역사 수업을 진행한 이는 일본 히로시마현의 이노구찌묘진소학교의 사타카네 가즈노리 교사. 성광중 박재홍 교사와 함께 한일 공통 역사 교재 집필팀을 이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과 우호의 조선통신사'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를 펴낸 교사다. 그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이곳을 찾아 2학년 4반 교실에서 3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00여 분간 수업을 이끌었다. 수업 주제는 '일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였다.

사타카네 교사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 시기에 일본 정부가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많은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본인들도 '뿌리채 동원'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에 강제로 동원됐다는 점을 전하며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한일 두 나라 민중 모두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도 했다. 사타카네 교사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인은 많지 않다"며 "위안부 문제도 한국과 일본이 진실한 마음으로 마주 앉아 국가와 민족을 떠나 인간의 아픔으로 느끼고 받아들인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업 끝에 사타카네 교사는 역사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은 반성이라고 했다. 그는 "아픈 역사일수록 덮어두기보다 서로 더 잘 알 수 있도록 드러내야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다"며 "일본과 한국 사이의 깊은 관계에 대해 배워 두 나라의 평화와 우호 관계가 더 깊어지는 데 힘을 보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타카네 교사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업을 들은 강민성 학생은 "일본인이 우리나라 사람을 강제로 동원한 것에 대해 사죄비를 세웠고, 일본 민중들도 우리나라 사람처럼 큰 피해와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두 나라 역사에 닮은 점이 많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이 수업을 기획, 진행한 박재홍 교사는 이달 18일 사타카네 교사가 근무하는 이노구찌묘진소학교를 찾아 '조선통신사를 통해 본 한일 교류의 역사'와 '원폭'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교사는 "이 수업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한편 두 나라 간 역사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평화와 협력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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