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5시간 48분 46초. 현대 물리학의 계산으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물리 법칙을 1년이라는 시간으로 간단하게 헤아리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일과 기억, 사연이 담겨 있다. 마지막 남은 달력의 끝날, 31일이라는 숫자가 우리 마음속에서 밀어내는 감정이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플러스(+)를 정(正)으로 불렀다. 마이너스(-)는 부(負)라고 했다. 산학(算學)에서 쓰는 용어이지만 이를 시간에 적용해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음력 1월을 정월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예다. 앞으로 나아가는 새 방향을 정, 지나간 것을 부라고 한다면 이미 흘러간 시간은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부담이자 부채다. 똑같은 모양의 비늘 같은 시간인데도 세모(歲暮)라는 말에 사람들이 여러 감정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영국 국영방송 BBC가 4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주제는 '행복'. BBC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먼저 심리학자, 자기계발 전문가, 사회사업가, 경영 컨설턴트 등이 참여한 행복위원회를 구성해 '행복 헌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행복을 위한 17가지 지침'이 그 결과물이다.
이 17가지 지침은 인간이 일상에서 늘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들이다. 친구, 일, 돈, 사랑, 가족, 음식, 건강, 공동체, 미소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한 재료들이다. 그런데 17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갖추기란 사실상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노력한다면 행복에 한 발짝 다가서는 일임은 분명하다. 모자라서 부이기도 하고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있을 때 웃는 것이 혼자 있을 때 웃는 것보다 30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늘 웃는 사람이 나이 먹어서도 더 행복한 삶을 산다는 학계의 보고도 괜한 말은 아닐 것이다. 새해에 더 많이 웃고 열심히 일하고 사랑한다면 어렵고 고단했던 지난 시간도 반드시 짊어져야 할 부담, 마이너스만은 아니다. 부(負)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정(正)의 변곡점이자 새로운 힘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아직은 젊어서,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는 노랫말처럼 모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섣달 그믐날을 해지킴(守歲)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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