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이나 지났는데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논쟁이 숙지지 않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가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친박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진박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요즘 전국에서 모시기 경쟁이 벌어져 상종가를 친다고 한다. 영상 메시지라도 받겠다고 한다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들과 사진이라도 찍어놓아야 '증명사진'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박 논쟁이 가장 뜨겁다는 대구에서는 친박들의 성분을 세분하는 '친박카스트'도 나돌았다. 친박도 같은 친박이 아니라는 말이다. 신라시대 골품제도로 치면 진박은 최고 상위인 성골에 해당한다. 그 아래 진박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중박(中朴), 진박까지는 아니라도 친박그룹에라도 들어가려는 망박(望朴), 그리고 따돌림의 대상인 비박(非朴)으로 나눈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신용카드나 골프장, 리조트 회원권 가운데는 VVIP, VIP,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골드, 실버라고 등급을 나눠 부가서비스와 혜택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내고, 많이 쓰는 사람을 우대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표를 먹고사는 정치판에서, 그것도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는 집권 여당에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이해하기도, 용납하기도 힘들다. 아무리 존경하고 흠모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사람과의 물리적'화학적 거리를 기준으로 사람 됨됨이를 제3자가 '감별'한다니, 양계장도 아니고. 개그콘서트(개콘)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소재로 손색이 없다.
진박감별사라는 사람들은 진박이면 공천을 받고 비박이면 공천이 어렵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다. 가까이 있으면서 말 잘 들으면 진실이고, 거리가 떨어져 제 목소리라도 좀 낼라치면 거짓이라는 이들의 논리는 패거리 조폭 수준에 가깝다. 진박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고 진박이 아니라는 사람들은 부글부글한다. 그게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이럴 바에는 진박이냐 비박이냐 가려낸다고 헛심 쓰지 말고 차라리 '진박당'이라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박이 건재한 새누리당보다는 진박들만의 당이 더 낫지 않은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하니 진박감별사들은 전국을 돌며 잘 감별만 하면 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진실론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다 진실한 사람들뿐이니 누구는 심판하고 누구는 당선시키라는 주문도 필요 없다.
진박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박 대통령은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은 문제가 없다. 선거도 코앞이고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2년 이상 남았다. 모두들 유통기한이 '무한대'처럼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다. 총선을 치르고 나면 시간은 진박 편이 아니다. 대통령 편도 아니다. 그때도 박 대통령의 임기가 20개월 이상이 남는다지만 정치적'심리적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아진다. 레임덕 때문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부터는 다른 차원이다. 대통령은 물러나지만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절반 이상 남아 있다. 진박이라던 국회의원들이 그때까지도 퇴임한 대통령의 깃발 아래 온전하게 모여 있을까.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통기한이란 상품이 정상 품질을 유지하며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다가 탈이 나기가 쉬워 사람들이 먹기를 꺼린다. 시장에서도 외면받는다. 그런 제품은 제조업자가 회수해 가거나 현장에서 폐기처분한다. 정치판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물론 진박도 유통기한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경험상 그게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