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개월 무렵 남편 세상 떠나…남은 건 빚뿐

입력 2015-12-30 01:00:06

홀로 두 아이 키우는 송현주 씨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현주 씨는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생활고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현주 씨는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생활고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의 한 원룸에서 홀로 생후 4개월, 세 살 난 두 아이를 키우는 송현주(가명'23) 씨. 현주 씨는 어린 자녀의 재롱을 보며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다. 남편이 지난해 가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품이 그리웠던 현주 씨는 남편이 떠나고 나서 어려운 생활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많다.

◆불우했던 가정환경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현주 씨. 현주 씨의 부모님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성격차이로 헤어졌다. 어머니는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 가정을 꾸렸고 그때부터 줄곧 아버지, 두 언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일용직 일을 하며 온 종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고 절도, 폭행 시비로 경찰서 구치소나 교도소를 밥 먹듯 드나들었다. 두 살, 여섯 살 많은 두 언니가 돌아가며 현주 씨를 챙겼지만 등교나 학교 공부를 살뜰히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어요. 주말이나 명절에 집안 행사로 바쁘다는 친구들을 보면 소외감을 느끼곤 했어요."

현주 씨는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 가진 휴대전화, 고급 외투, 문제집 등을 살 형편이 안 돼 자연스럽게 어려운 형편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 점점 현주 씨의 부모님과 가정 형편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점점 학교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결국 중학교 때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해 유급했고 더는 학교를 다닐 마음이 없어졌다.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현주 씨는 식당 서빙,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주위에 혼내거나 다그치는 어른이 없었어요. 그땐 학교에 다니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게 더 행복했어요."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활고

항상 외롭던 현주 씨의 인생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열아홉 살 겨울 우연히 탄 택시에서 기사였던 남편이 현주 씨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제를 시작했고 사귄 지 1년 만에 첫째 딸이 태어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식은 따로 치르지 않았지만 시부모님도 맏며느리로 현주 씨를 인정하고 예뻐해 주셨다. 현주 씨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

부부는 젊었지만 먼 미래의 계획도 세웠다. 아이가 크면 학창 시절 소홀히 했던 공부를 끝내고 장사를 할 생각이었다. 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 백반집이나 국숫집을 열자고 밤새 대화를 나눴다.

그 무렵 남편은 1t 트럭을 구입해 새로 용달 일을 시작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남편은 작별 인사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새벽에 현주 씨를 데리러 약속 장소로 오던 중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이다. 당시 남편은 친구들과 반주를 한 상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들이받았다. 과실 비율이 100%로 판명 나 사망 보험'보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당시 현주 씨가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4개월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남편이 떠나고서 현주 씨는 바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트럭을 살 때 남편은 신용이 좋지 않아 대출금 약 1천300만원을 현주 씨의 이름으로 빌린 것이다. 제2금융권, 대부업체를 통해 빌린 대출금은 1년 만에 1천800만원까지 불었다. 당장 내야 할 월세와 분유 값을 구하기도 막막했고 대출 이자만 한 달에 40만원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 지원이라도 받아보고자 했지만 친모가 살아 있는 이상 금융거래 내역 조회를 위해서는 어머니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 현주 씨는 어머니의 행방을 수소문 중이다.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게 현주 씨 탓이라 생각한 시댁 식구들은 장례식이 끝나자 바로 연락을 끊었다. 현재 현주 씨와 두 아이는 유족연금, 한부모가정 지원금, 양육 수당 등 50여만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마음이 약해져요. 아이가 크면 공부를 더 해 가장 역할까지 잘 해내고 싶은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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