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하지만 정부 결정 수용" vs "배상 책임 빠진 합의 거부"

입력 2015-12-29 01:00:05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엇갈린 국내 반응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는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취소하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항의집회를 추모집회로 대신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정오에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1차 수요집회, 500차, 1000차, 2015년 12월23일 1210차 수요집회. 연합뉴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는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취소하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항의집회를 추모집회로 대신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정오에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1차 수요집회, 500차, 1000차, 2015년 12월23일 1210차 수요집회. 연합뉴스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타결 발표가 나오자 각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엇갈렸다. 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일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으나 일부 할머니는 정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일부 할머니는 미흡하더라도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할머니들은 법적 배상이 빠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전부 무시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할머니는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아닌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보상은 '너희가 돈 벌러 가서 불쌍하니까 조금 준다는 것'이고, 배상은 누군가가 죄를 지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라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유희남(88) 할머니는 만족은 못하지만 정부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할머니는 "저희는 정부의 뜻만 보고 정부가 법적으로 해결할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정부에서 기왕에 나서서 올해 안으로 해결하려고 애쓴 것을 생각하니 정부에서 하신 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유 할머니는 그러나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 할머니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로 절대로 이전해선 안 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대구의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안에 일본의 진정성 어린 사죄와 법적 책임이 빠진 부분에 크게 반발했다.

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관장)는 "알맹이는 하나도 없고 양국이 어떻게든 끝내고 싶어서 급하게 합의한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은 묻지 않고 위안부 문제를 종결했다"고 비난했다.

김가람 대구평화나비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는 이 문제를 일단락 짓겠다는 의지가 보였지만 이렇게 끝낼 수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이번 협상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렇게 성급히 마무리 지은 것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압박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위안부 문제를 해결 지어서 한일관계를 견고히 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누리꾼들의 여론은 '환영'과 '유감'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아이디 '응삼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 정도의 전향적 합의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디 'godd****'는 "그래 역사문제 이렇게 조금씩 해결해 나가자. 일본이 미운 게 아니라 그 역사가 미울 뿐"이라고 썼다.

이에 반해 아이디 'aksl****'는 "고작 10억엔, 진짜 일본 땡잡았네"라고 비꼬았다. 아이디 'dlau****'도 "결국 돈으로 해결이 되는구나.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이런 돈으로 해결되길 바라실까"라고 반문했다. 아이디 '림자'는 "할머니들에게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혔다. 이제 일본 정부와의 합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강제 철거하는 그림을 보게 될 차례인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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