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쿄 이야기

입력 2015-12-26 01:00:06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많은 영화가 그렇듯 '도쿄 이야기'의 주제는 가족이다. 자식들이 사는 도쿄로 여행을 떠난 노부부의 짧은 재회의 시간을 마치 안개처럼 밀려드는 노년의 쓸쓸함과 무상함에 녹여 무덤덤하게 그려냈다. 특히 노부부가 나직히 주고받는 대사에는 노년에 맞닥뜨리는 자신과 자식에 대한 연민이 짙게 묻어난다.

감독은 이미 1950년대에 가족 해체라는 사회상의 변화와 각박한 세태를 짚어냈다. 부모에 대한 의무감이 옅어지고 그 메마른 자리를 비집고 들어선 자식의 이기심, 감정 단절은 큰 여운을 남긴다. 그나마 전쟁에 남편을 잃고도 밝은 얼굴로 시부모를 대하는 노리코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의아할 정도다. 올해 9월 95세로 타계한 국민 여배우 하라 세츠코(노리코 역)가 상징하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 정(情)은 60년이 흘렀어도 이 영화를 주목하는 이유다.

오즈의 이런 내러티브에 익숙한 영화팬이 요즘 노리코와 같은 어색한 상황에 마주쳤다. 일본 40, 50대 중년들이 병든 부모를 간병하기 위해 부득이 일손을 놓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뉴스다. 매년 10만 명을 넘는 회사원이 부모 간병 때문에 퇴직하는 소위 '개호(介護) 이직자'가 되면서 소득 감소와 간병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간병 이직과 별도로 일본 회사원 1천300만 명이 일과 간병을 병행한다는 통계다. 직장을 다니면서 간병에 많은 시간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 부담 등 육체적'정신적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도 간병에 지쳐 부모를 죽이고 자살하는 사례나 노인 부부의 동반 자살도 드물지 않다.

다행히 일본의 회사들은 개호 이직자의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노인 요양시설과 간병인, 간병 휴직제 등 해법을 서두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의 짙은 그늘에다 가족 붕괴까지 일본의 경험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인천에서 11세 소녀가 3년 넘게 부모에 의해 감금당하고 학대받다 탈출한 사건이나 2013년 울산 계모의 의붓딸 폭행 살인사건 등 한국의 가족 붕괴 현상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적극 대처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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