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문제 협의, 일본 책임 인정에서 시작해야

입력 2015-12-26 01:00:08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강조한 위안부 문제 연내 해결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분위기는 좋다. 최근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 무죄 판결 난 데 이어 검찰도 항소를 포기해 일단락됐다. 또 헌법재판소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일본 측에 빌미를 제공할 걸림돌은 치워진 셈이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내용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안과 10억원 이상 규모의 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이러한 내용은 기시다 외무상이 방한해 한국 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3일 "위안부 문제는 좀 더 기다리면 나름대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4일 "한일 양국이 12월 들어 집중 협의 중이며 일본 정부는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싼 현안 타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동안 극우지향적인 행보를 보인 아베 정부가 일본 내 우익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나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안을 제시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최근 일본 우익 세력은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책을 외국의 역사학자에게 보냈다. 또 일본의 극우 역사학자 50명은 미국 역사협회 학회지에 미국의 세계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의 수정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문을 싣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도 우익은 지속적이면서도 집요한 반대 공작을 계속 중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단호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국가적 책임 인정이다. 이를 전제하지 않고 사과나 배상이 아닌 보상 형식으로 어물쩍하게 넘어가려는 어떤 시도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난 70년의 개인적'국가적 상처와 고통은 '통석의 염' 따위로는 위로조차 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걸맞은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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