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가 된 소년범들 "피해자 심정 알겠어요"

입력 2015-12-23 01:00:02

김천지청, 새 선도 방법 도입…역할 나눠 유사사건 모의재판

"친구를 괴롭히고 폭행한 ○○○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합니다."

검사복을 입은 A군은 무거운 표정으로 피고의 형량을 정했다. 얼마 전 비슷한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군은 "마치 내게 벌을 주는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모의재판을 통해 소년범들에게 검사와 판사, 피해자 등의 역할을 맡겨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새로운 선도 방법이 도입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지청장 전강진)은 대구보호관찰소 구미지소,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문화교육센터와 함께 16일 법문화교육센터 모의법정에서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소년들을 대상으로 역할극을 했다.

해당 소년들의 기존 범행을 참작, 담당 검사가 직접 만든 시나리오를 이용해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소년범들은 특수절도, 사기 등 형이 무거운 죄를 범해도 소년인 점이 감안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있다. 결국 자신들은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다가 담당 검사가 소년들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행한 범죄에 대한 적용 법조문을 알려주고 법정형을 전해주면 비로소 자신들이 저지른 죄의 무게에 대해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착안, 검사들이 모의재판을 기획했다.

모의재판을 경험한 소년범들은 "피해자 역할을 하면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벌 받을 행동을 하면 안 되겠다"는 등 재판 과정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천지청 관계자는 "모의재판이 소년범들에 대한 선도 효과가 높아 앞으로도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자들을 상대로 매월 1회 모의재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검찰청에서 소년들이 저지른 행위가 범죄가 됨을 인정하지만, 여러 사정들을 감안해서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관의 선도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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