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골드러시의 청바지, 첨단의료 산업의 실험동물

입력 2015-12-23 01:00:13

美 19세기 금광 주변 대박난 리바이스

신약·의료기기 검증엔 동물실험은 필수

내년 예산 신청액의 절반도 반영 안돼

좀 더 노력해 의료산업 금맥 발굴 기대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금광을 향해 모여든 골드러시(Gold Rush)는 19세기 중반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금광 주변에서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는 큰돈을 벌었다.

의료산업의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에서 '실험동물'은 골드러시 시대의 청바지다. 첨단의료산업은 전자와 자동차산업에 이어 국가적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고, 의료제품에 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의 경우 사람에 적용하기 앞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그리고 의료기기(3등급 및 4등급) 시제품의 경우도 역시 생물학적 적합성을 실험동물에서 필수 검증과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골드러시 시대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으나 정작 상대적으로 큰돈을 번 것은 청바지를 팔았던 상인이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과정에서의 실험동물은 사람 적용에 앞서 수문장 역할과 동시에 나름 또 하나의 틈새시장이라 말할 수 있다.

동물실험은 세계적으로 '3R(Reduce, Refine, Replace) 정신'에 따라 엄격한 사육환경 및 동물실험 윤리성이 요구되고 있다. 3R 정신이란 희생되는 동물을 최소화하고 실험조건을 개선하며 대체실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동물실의 물리적 환경조건(온도, 습도, 차압) 및 생물학적 환경조건(낙하균 및 미생물 모니터링)이 충족된 사육환경을 갖춰야 하며, 아울러 국내법으로 '동물보호법' 및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동물실험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그 윤리성을 심의하고 통과한 것에 한하여 동물실험을 수행하도록 했다.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는 채광의 효율성과 광부 자신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에서의 실험동물도 의료제품의 유효성과 사람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대(Test Bed)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서부 골드러시 때 달비라는 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금맥을 찾기 위해 최신 굴착기를 구입하고 인부들을 동원하는 등 부모님이 물려준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땅을 계속 파 내려가도 기대한 금은 나오지 않고 흙더미만 쌓였고 청년은 점점 지쳐갔다. 인부들의 노임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결국 금 캐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고물상에 굴착 장비를 팔아 인부들의 밀린 노임을 지급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한 달 뒤 그 굴착 장비를 구입한 고물상이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고물상은 헐값에 산 굴착장비를 갖고 그 청년이 파다 만 지점에서 불과 1m를 더 파내 엄청난 금맥을 발견했던 것이다. 금맥은 불과 1m 아래에 있었다.

최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완공된 후 3년째인 2016년 예산이 신청액의 절반 수준 이하로 반영되었다. 의료산업이라는 금광에서 '금맥 1m 전' 도중 포기한 달비 청년의 교훈을 돌이켜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금광촌의 리바이스는 최초의 청바지 이래 150여 년간 25억 벌 이상의 청바지가 팔렸다. 2010년 기준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청바지를 입은 셈이다. 그중에는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등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까지 청바지 애호가로 이름을 올렸다.

1901년 노벨생리의학상 제1회 수상자 독일 세균학자 에밀 아돌프 폰 베링은 '혈청을 이용한 디프테리아 치료법의 발견 및 연구'에서 설치류인 기니픽을 사용한 바 있고, 최근까지 노벨생리의학상은 물론 많은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설치류에서 영장류인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의 실험동물이 활용되어 왔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한 마리 실험동물의 희생이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일살다생(一殺多生) 정신을 실험동물 사용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어려운 예산 상황에서도 의료산업 전사들이 의료산업의 금맥을 발굴하는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이번 주 '경제칼럼'은 첨단의료산업의 실험동물에 대한 특별기고로 한 주 쉽니다. 다음 주에는 권일환 세무법인 택스월드 대표세무사의 칼럼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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