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공서는 외국인 입장 가능
한국 국회는 일반 국민 정문 이용 못해
개인·국가 닫힌 자세로는 발전 어려워
개방적 공간 활용이 국민 창의력 높여
30년 전 멕시코에 처음 갔을 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웬만한 정부청사나 관공서가 다 열려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당시 한국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군 우위, 관 우위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무언가 주눅이 들어 살던 때라 외국인인 내가 수도 한복판의 대통령궁에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정문으로 가서 여권만 보여주고 간단히 들어갈 수 있었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각 지방의 주정부청사 같은 데서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가서 2층 사무실 안까지 기웃거릴 수 있고, 주의회 의사당 안은 지역 주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마음대로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하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민의의 전당이라는 말을 실감하였다. 중남미 국가 중 군의 정치적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멕시코라 해도 이렇게 개방을 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우리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각자 5, 6명의 보좌관과 운전기사까지 지원받고, 부속 시설로 사우나까지 갖춘 국회에서 의원 전용문과 엘리베이터 이용 혜택을 누리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과연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 일반 국민의 정문 이용은 꿈도 못 꾸었다. 오로지 옆문으로 눈치 보며 들어가야 했다. 거창하게 국회의 입법 활동이 어떻고 따질 생각은 없다. 최소한의 공간 개방이라도 좀 더 과감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해준다면 참 사랑받는 국회, 존경받는 의원이 되지 않겠나?
열린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다. 열린 마음은 글로벌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의 원동력이 된다. 남의 것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협력하면 그것이 곧 선의의 경쟁이 되고 그러면서 같이 앞으로 나가게 된다. 열림은 곧 베풂이고 존중의 표시다. 경쟁심과 더불어 신바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닫힌 사회에서는 기득권층이 정보를 독점하며 혼자 누리려 하니 의심과 불안을 초래한다. 이것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쓸데없는 사회적 낭비가 생긴다. 옛날에는 교통경찰, 세무서는 물론이고 동사무소나 심지어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매표원까지 그 조그만한(?) 권한을 갖고 민원인을 무시하기 다반사였다. 언제부터인가 제복이나 창구 앞에 이름표를 붙이고 근무한다든가 하면서 그들의 자세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였고, 다면평가 인사 방식이 도입되었고, 지금은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무원이 많이 친절해지고 깨끗해졌다. 그것은 곧 행정을 투명하게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미의 대표적 백인 국가이자 인접국인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여러모로 대조되지만, 특히 경제 정책에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다. 한국의 첫 FTA 체결국이기도 한 칠레는 일찍부터 수많은 나라에 수출입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자국민들이 스스로 생존력을 갖게 만들어서 여러 위기의 여파에도 잘 견디는 사회로 성장하여 중남미 최고의 안전한 국가, 인플레를 잘 겪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에 한때 세계 4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는 수많은 관광 자원과, 유럽풍의 고급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품위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본 유치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FTA 같은 과감한 정책도 펼치지 않은 관계로 국민과 국가의 경쟁력은 많이 약해졌고, 주기적으로 심한 인플레와 경제 위기를 겪어왔다. 스스로를 남미국가라기보다는 유럽의 일원으로 여기며 이웃나라와의 교류에도 소홀히 하여 주변국으로부터 오만한 국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닫힌 자세로 임할 때 스스로 발전도 안 되고 남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창조 경제를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문호를 개방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펼칠 때 국민의 신바람 나는 창의성이 발휘될 것이다. 공공, 민간 각 부문에서 공간 배치와 활용부터 개방적으로 해보자. 크게 투자하지 않고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을 바꾸는 창조적인 자세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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