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새누리당의 마패<馬牌> 공방

입력 2015-12-16 01:00:06

내년 총선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4년짜리 계약직' 한 자리를 얻기 위한 레이스가 스타트했다.

'기간제근로자보호법'에 의해 계약직 2년이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예외다. 4년 하고 다시 부름을 받지 못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300개나 되는 금배지 중의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양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노후까지 보장된 '등 따뜻하고 배부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을 각오하라는 배우자나 가족 친지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애지중지하던 살림살이도 팔아치우고 필생의 승부를 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당선자는 선거구마다 한 사람만 나오니까 대다수는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그 중의 일부는 재기 불능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4년마다 국회의원 배지를 잡기 위한 경쟁에 꾸역꾸역 몰려든다.

후보자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올인'을 하고 그 주변에서도 사생결단으로 임한다. 다들 공정할 것이라고 믿고 하는 싸움이다. 공정하지 않았다가는 경을 칠 일이다.

운동 경기를 생각해보자.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누구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른 이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먹고 한다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주최 측이나 심판진이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그 판정에 승복할 수도 없다.

선거라고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몇몇 지역에서는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서 당선자를 찍어서 내리려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아우성이다. 제대로 된 타이틀 매치도 없이 챔피언의 벨트를 빼앗아 특정인에게 건네려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도전자도 몇 년을 기다리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도전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새누리당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졸지에 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인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내 차지라고 4년을 별러온 도전자들도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는다. 동네가 시끄럽다.

왜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새누리당으로서는 언제나 이기기만 했던 홈그라운드니까. 선거란 선거에서는 늘 이겨왔으니까. '이번에도'라는 오만의 결과이다. 홈 관중들도 늘 그랬듯이 심판 편이고, 주최 측을 응원한다고 생각하니까 불공정한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는 것이다.

선거 현장 곳곳에서는 누구누구는 주최 측으로부터 '톱 시드'를 배정 받았다거나 '마패'를 받아 들고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그런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경쟁자들의 하소연은 끊이지 않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약체 후보들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실체가 보이지 않아도 소문의 위력은 대단하다.

누가 서울서 내려오든, 무엇을 타고 오든, 누구를 배경으로 하든, 누구와 함께 오든, 누가 뒤를 봐 주든, 이 모든 것은 자유다. 제한이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선거판이 변사또를 응징하기 위해 이몽룡이 마패를 숨기고 내려오는 춘향전이 아니라면 '마패' 타령은 그만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 마패도 없으면서 마패 타령을 하는 것은 포커 판에서 흔히 나오는 '블러핑'일 뿐이다.

공천 룰이야 주최 측이 정하는 대로 따르면 될 일이다. 어떤 지역은 이 룰, 다른 지역은 저 룰을 적용하려 하니까 사단이 나는 것이다.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공정성만 마련된다면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에서 당원과 국민 비율을 얼마로 하든, 결선투표를 어떤 경우에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누가 뽑히든 그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될 자격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최 측의 입맛대로 룰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려 들면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 지금 그런 일이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려 한다는데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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