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워
20세기 이후 발발한 전쟁 속의 숨은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전쟁의 승패 혹은 영웅적 활약의 그림자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러나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중'일 전쟁,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련과 일본의 1939년 할힌골 국지전, 6'25전쟁 등을 망라한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역사 이래 최대의 상륙전이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과 전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독일은 연합군의 서부전선 상륙작전을 예견하고 동분서주했다. 당시 독일군에게는 영국-프랑스 해협을 건너올 연합군을 1차적으로 저지할 해군력이 없었다. 영국-프랑스 해협은 연합군의 안마당이나 다름없었다.
독일이 우위에 있는 점이라면 지상군이었다. 그러나 속은 엉망이었다. 주력군은 동부전선에 잡혀 있었고, 서부전선엔 병력이 부족했다. 연합군이 정확히 어디로 상륙을 시도할지 알 수 없었기에 독일군은 이미 구축돼 있는 진지를 거점으로 하되, 기동력이 뛰어난 예비부대를 후방에 배치했다가 연합군의 상륙지가 확인되면 전력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영화 '마이웨이'(My Way)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것처럼 당시 독일의 노르망디 방어전선에는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소련군(실제는 일본인, 한국인) 등이 섞여 있었고, 장년 이상의 노병, 소년병들이 상당수였다. 이처럼 노르망디 방어전선의 독일 병력은 최정예가 아니었다. 독일은 고지를 먼저 차지하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양적, 질적으로 연합군에 밀려 결국 패하고 말았다.
중국의 칭다오 맥주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중국 전통주가 아닌 중국산 맥주가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바탕에는 제국주의 역사가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식민지 확보에 뛰어든 독일은 중국의 혼란을 틈타 1898년 칭다오에 조차지(租借地: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빌려 통치하는 땅)를 얻는 데 성공했다. 칭다오에 거주하면서 독일인들은 그 지역 최고 암반수와 자신들의 주조 기술을 결합해 맥주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칭다오 맥주는 세계적인 맥주로 성장했지만, 역사적으로 중국의 자랑거리는 아닌 셈이다.
1965년 9월 주한 미군 7사단 신임 지휘관으로 부임한 체스터 존슨 소장은 부임하자마자 인천항(현재 1부두)으로 향했다. 부두를 살피던 소장은 '화선장'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식당으로 들어간 그는 식당 주인 김진원 씨를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몸을 들썩이며 오열했다. 현역 미군 사단장이 식당 주인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태평양 전쟁 초기였던 1942년, 초급장교였던 존슨은 필리핀 전장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인천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굶주림과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그는 동료 3명과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인천 지리를 전혀 알지 못했고 갈 곳이 없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도망치던 일행은 몸을 숨기기 위해 '나리낑'(成金)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 마주친 사람이 당시 종업원이던 김진원 씨였다.
도망친 포로를 발견하면 즉각 신고해야 했다. 도와주는 사람은 누구라도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김진원 씨는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는 존슨 일행을 부엌에 숨겨주고, 먹을 것을 내주었다. 일제강점하에서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존슨 일행은 일본군에 체포돼 끌려갔고, 김진원 씨 역시 일본군에 체포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존슨 소장은 지옥 같은 포로생활 중 유일하게 따뜻한 환대를 받았던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에서는 실제 교전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 일본군의 포로수용소가 있었다는 사실, 일본이 제주도를 최후의 방어기지로 생각해 곳곳에 동굴을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2차 세계대전의 영역에 서 있다"고 말한다.
책은 20세기 이후 전쟁을 주제로 하며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독일이 꿈꾸었던 제국에 대해, 2장은 은밀한 협상과 가혹한 복수극을 통해 적과 동지 사이를 오간 독일과 소련에 대해, 3장은 역사의 변방에서 고통받았던 약소국에 대해, 4장은 독일 서부전선의 실책들에 대해, 5장은 서부전선의 스캔들, 6장은 중국과 한반도, 7장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이다.
지은이 남도현은 군사 저술가로 다양한 매체에 역사 및 군사와 관련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무기, 전쟁, 역사에 관한 10권의 책을 냈다. 37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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