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KTX 보안검색

입력 2015-12-11 03:00:01

2004년 3월 11일 오전 7시 30분쯤 스페인 마드리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통근 열차를 겨냥한 폭탄 테러 때문이다. 산타 에우게니아역과 아토차역 15㎞ 구간 열차 선로를 따라 폭탄 10개가 15분간 연쇄적으로 터졌다. 출근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에게는 생지옥이었다.

당시 사건 현장 사진을 보면 폭탄이 터진 지점의 객차들은 지붕이 송두리째 날아가거나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모두 192명이 죽고 1천 명 넘게 다쳤다. 스페인 정부는 처음에는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의 소행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마드리드 시내에서 발견된 도난 승합차에서 뇌관과 코란을 녹음한 아랍어 테이프를 찾아내면서 수사는 급반전했다. 스페인 경찰은 범인들이 모로코계 이민자들로 알 카에다가 테러의 배후라고 발표했다.

마드리드 열차 테러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일반 대중을 겨냥한 무차별적 테러가 빈발하면서 세계 각국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항공기나 열차,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이 테러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저지른 파리 테러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테러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폭탄 테러' 유형이 가장 많다. 세계 각국의 테러 55%가 폭탄 테러라는 통계다.

내년부터는 KTX를 탈 때 보안 검색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서울역'부산역'오송역'익산역 등 전국 4개 역에 이동식 보안 검색대를 설치해 승객과 수화물에 대한 보안 검색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영국의 방식처럼 테러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보안 검색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철도는 테러에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는 2010년 이후 국제 테러조직과 관계가 있는 테러 위험인물 48명을 강제 추방했다. 최근에는 IS 추종자인 인도네시아 국적 체류자 4명이 쫓겨났다. 만약 테러범이 폭발물 등을 갖고 KTX를 노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현재 우리는 테러에 매우 둔감한 상황이다. 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안을 만들려고 해도 공권력 남발,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야당이 극력 반대한다. 하지만 하세월인 '테러방지법'만 쳐다보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우선 테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국민 보안 의식부터 높여야 한다. 테러라는 '괴물'에 희생된 마드리드와 파리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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