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대도 쉽게 못 맞혀, 아들에 미안할 뿐"
넉 달째 병실에서 바깥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박정호(가명'7) 군. 어린 시절 백혈병을 앓다가 건강을 회복했던 정호는 얼마 전 백혈병이 재발해 다시 병원으로 왔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친구들을 사귄 지 석 달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최근 정호는 '소풍을 가고 싶다', '어린이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때마다 정호 어머니는 날이 풀리면 동생을 데리고 꼭 놀러 가자는 약속을 한다.
"정호도 이제 자신의 병에 대해 알기 시작한 눈치예요. 내년에 학교에 들어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정호의 또래 친구들을 보면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아들의 백혈병 재발로 절망에 빠진 부부
정호가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네 식구는 웃음이 많았다. 섬유 공장에 다니는 부부의 벌이는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근 후 두 자녀와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은 부부에게 세상 어떤 것보다 큰 기쁨을 줬다. 자녀의 생일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외식하고, 명절에는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부부의 삶은 평범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정호에게 찾아온 병은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3년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정호가 갑자기 한쪽 다리를 쩔뚝거리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방바닥을 엉금엉금 기어다닐 정도로 다리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바로 병원에 가 정밀 검사를 했고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4개월도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잔병치레 한 번 한 적 없어 처음엔 꾀병인 줄 알고 일으켜 세워주지 않았던 게 너무 미안해요. 가족은 물론 양가 먼 친척 중에도 이런 큰 병을 앓는 식구들은 없어요. 엄마로서 잘못한 게 없었는지 당시에 자책을 많이 했어요."
그 길로 정호의 긴 병원 생활이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세 차례나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예상보다 빨리 병세가 좋아졌다. 추가 항암치료 없이 검사, 약물만으로 2년여 간의 '유지 기간'만 잘 버티면 완치가 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부부의 기쁨은 잠시였다. 얼마 전 받은 정기 검사에서 백혈병이 척수신경에 재발해 다시 처음부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사이 정호의 동생이 태어나 이제 네 가족이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백혈병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세상에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어나는 빚, 치료비에 막막
정호의 부모님은 계속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막내가 태어난 만큼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부부가 교대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두 아들을 돌보는 등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계속됐다.
하지만 정호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비싼 치료비다. 그동안 정호의 치료비로 들어간 돈은 1천만원이 넘었다. 여기에 부부는 정호가 재발하기 전 쓴 치료비로 수천만원을 지금까지 갚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더욱 막막하다. 현재 정호 아버지가 섬유 공장에 다니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약 120만원. 한 대당 150만원에 이르는 항암 주사를 두 달에 한 번꼴로 맞아야 하고, MRI 등 수시로 받아야 하는 검사 비용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소에서 소아암 환자 치료 지원금이 일부 나오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늦어지고 있어 부모님은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다. 또 정호의 아버지는 직장을 가지고 있어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치료비를 비롯한 네 가족의 생활비는 모두 가장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돈 걱정에 아이를 살릴 주사 한 대도 마음 편히 못 맞히는 현실이 너무 미안해요. 그래도 아이가 꼭 병을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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