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대담]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입력 2015-12-07 01:00:02

"美·中 사이 새우 탈피해야, 한국 '돌고래 외교' 펼칠 수 있어"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사진 이성근 객원기자
김병준(오른쪽) 교수가 최정암(왼쪽 두 번째) 매일신문사 서울지사장과 함께 신기욱(왼쪽) 교수를 안터뷰 하고 있다.
김병준(오른쪽) 교수가 최정암(왼쪽 두 번째) 매일신문사 서울지사장과 함께 신기욱(왼쪽) 교수를 안터뷰 하고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Stanford University) 교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사회학자이자 동북아문제 전문가이다. 이제 50대 중반,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학자이기도 하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이오와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학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김병준: 우리 사회는 중국에 대해 꽤 관용적이다. 중국의 국방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도 무슨 말이 없다. 국력이 커지니 당연하다거나 미국에 비하면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신기욱: 한'중 FTA만 해도 한'미 FTA를 추진할 때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김병준: 중국에 대한 이러한 관용적 태도에는 반미 감정과 한'일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우선 반미 감정은 어떻게 보나? 최근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나?

신기욱: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2003년 전후 노무현정부 초기가 가장 극심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책 작업을 시작했다.

김병준: 내용을 조금 설명해 달라.

신기욱: 그전까지는 한미동맹을 하나의 렌즈, 즉 미국의 렌즈로 보았다. 미국이 본대로 한국도 보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 자체의 렌즈로 보기 시작했다. 이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김병준: 미국으로서는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신기욱: 실제로 노무현정부는 한국이 다른 렌즈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북아 균형자론'이 바로 그것인데, 그 바람에 한'미 관계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게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미국과 다른 렌즈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다시 이명박정부 이후의 보다 성숙한 한'미 관계 정립의 기초가 되었다.

김병준: 각각 다른 두 개의 렌즈로 본다? 그렇게 해서 같이 잘 갈 수 있나?

신기욱: 의견이 다른 부부도 오래오래 잘 살지 않나. 서로 인정하고 조율하면 된다. 문제는 오히려 딴 데 있다. 즉 한국의 렌즈는 좌우의 진영논리로 분열되어 상이 하나로 보이지 않고, 미국의 렌즈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통에 맑지 않고 흐리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좌우 통합이, 미국은 보다 분명한 정책이 필요하다.

김병준: 둘 다 어려운 일이다.

신기욱: 그렇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가운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좌우를 떠나 최소한 반미와 반동맹은 구별해 주어야 한다. 반미 감정이 극심했을 때도 반동맹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반미와 반동맹을 혼동해선 안 된다. 그래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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