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제국 비사/프로코피우스 지음/곽동훈 옮김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근대법학의 원조가 된 '로마법대전'을 완성했고, 여러 차례 원정을 통해 전성기 로마의 영토를 회복했으며, 서방교회와 동방교회로 분열돼 있던 교회를 통일시켰다. 그런가 하면 성 소피아 성당을 재건하는 등 뛰어난 건축물들도 많이 세웠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군주였으며 '아코이메토스'(잠 없는 사람)라고 불릴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유스티니아누스 집권 당시 역사가였던 프로코피우스는 황제가 고토(古土)를 회복하기 위해 펼친 여러 차례 전쟁을 주제로 '전쟁사'를 썼으며, 황제가 세운 뛰어난 건축물을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건축론'을 썼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이탈리아, 북아프리카 등 대외 정벌을 위해 벨리사리우스 장군을 파병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동로마제국의 역사가였던 프로코피우스는 벨리사리우스 장군의 비서로 그의 곁에서 전쟁 상황을 목격했다.
프로코피우스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전쟁사'를 썼다. 그는 가능한한 진실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고, 자신이 목격했던 바를 충실하게 썼다. 그러다 보니 벨리사리우스 장군의 뛰어난 능력을 가감 없이 쓰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었다. 질투심 많았던 황제는 프로코피우스가 진실 되게 쓴 '전쟁사'를 읽고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위기를 느낀 프로코피우스는 목숨을 보전하고 황제의 호의를 얻기 위해 즉시 '건축론' 저술에 착수했다. 황제가 자신의 건축적 재능을 자랑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건축물들을 끝없이 칭송하는, 거짓 찬양이었다. 덕분에 그는 목숨을 부지하고, 원로원의 의원 자리까지 꿰차게 되었다.
그러나 이 정직한 역사가 프로코피우스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치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이 변덕스러운 독재자와 비인간적인 황후, 그리고 그들의 타락한 궁정생활에 대한 모든 진실을 글로 남기기로 했다. 황제의 속임수, 잔학성 등 악덕에 대해 세세하게 써내려갔던 것이다. 바로 이 책 '비잔틴제국 비사'다.
역사가는 어려운 직업이다.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을 쓰면 역사가의 양심을 어기는 것이고,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프로코피우스는 두 권의 책으로 전혀 다른 측면을 기록함으로써 이 어려움을 극복했다. 물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자기 휘하의 역사가가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을 몰랐다. 프로코피우스는 황제가 살아 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이 책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끝내 후세에 이어졌다. 아래는 프로코피우스가 '비사'에 쓴 내용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많은 병력과 돈을 투자해 옛 땅을 회복했지만 그 땅을 지킬 능력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제국은 힘만 빼고 신민들 고생만 시켰다. 선왕 유스티누스는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문맹이었는데, 로마의 지배자로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는 단순 무지한 데다 어떤 대화나 연설도 할 수 없는 촌놈에 불과했다. 유스티누스의 아내 루피키나는 노예 출신의 야만인이었는데, 원래 그의 첩으로 팔려온 여자였다. 유스티누스가 나이가 들어 기력이 빠지자 그의 조카 유스티니아누스가 실질적으로 로마를 지배했는데, 그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고, 별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였다. 로마에 역병이 만연했을 때 죽은 사람도 많고, 달아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어떤 로마인도 이 자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었다. 이 자는 마치 하늘이 보낸 역병처럼 인민들에게 떨어졌다.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고, 가난과 고통에 떨어지게 했다.』
프로코피우스는 이 책 '비잔틴제국 비사'를 쓰면서 후세가 자신의 기록을 믿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는 "그들이 나를 픽션 작가로 보거나 심지어 시인으로 분류하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썼다. 옮긴이 곽동훈은 "간혹 프로코피우스가 유스티니아누스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거짓 진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때도 있다. 그러나 미신적인 내용에 대한 기록 외에 대부분의 내용은 믿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2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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