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합복지센터와 도서관

입력 2015-12-01 01:00:06

6년 가까이 사회복지 분야 강의를 하다 보니 각종 공공시설을 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복지정책과 연관 지어 구상해 보는 것이 이젠 버릇이 되었다. 수도권과 비교해 대구의 도서관은 프로그램 면이나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인동촌 시장 골목 위 비산동 단칸방에서 할머니와 자취하면서 살던 때가 생각나 인동촌 시장을 거쳐 달성공원을 걷고는 한다. 특히 달성동 골목에 자리 잡은 대구시립중앙도서관 달성분관은 자그마한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반가웠다. 달성공원에 부속된 달성공원도서관은 당시 제법 규모가 큰 편이었는데 지금은 향토 역사관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열람실 칸막이 틈새로 메모지를 끼워 보내 앞칸 여학생과 가슴 두근거리며 필담을 주고받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나 보니 대구의 미래는 도서관에 있는 것 같다. 공무원 퇴직 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지역 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인데 인문학 강의 등 각종 교육, 문화 분야에 있어 수도권과 비교해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위 분들에게 집 부근 도서관을 많이 활용해 보라는 조언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수성구 범어도서관을 방문해 보니 그 시설과 규모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이런 훌륭한 시설을 더 잘 활용하는 방안은 없을까 생각도 했다.

일본의 도서관 리뉴얼 예를 보자. 사가현 다케오시에서는 도서관 운영을 대형 민간 렌털업체에 위탁해 2013년 리뉴얼 오픈했다. 카페나 서점도 병설돼, 거의 100만 명이 내관 하여 20억엔(한화 190억원 정도)의 경제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가현의 향토자료가 아닌 멀리 떨어진 지역의 맛집 책자나 오래된 재고 컴퓨터 지침서를 판매하여 지탄을 받는 등 과도한 수익성 추구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물론 공공시설을 민간위탁 운영할 경우 경제효과는 있더라도 공공시설 설립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증가로 지방재정 위기가 문제가 되는 현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한 민간위탁 시도도 해볼 만하다. 수익성은 둘째 치더라도 주민의 편의성 차원에서도 카페, 간이식당 등 편의시설을 많이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 있다가 식사하러 바깥으로 나갈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예 도서관과 각종 복지관을 통합해서 종합복지센터로 리모델링 하는 것은 어떠한가 제안하고 싶다.

작년 가을 무렵 새로 개관한 노인복지관을 방문하니 만 60세 이상이 되어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너무 폐쇄적이며, 규제 중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40, 50대 장년층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도서관을 더 찾게 되었다.

세대별, 성별로 별도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각종 복지관을 통합하여 종합복지관을 설립하되, 일정 공간을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면 좀 더 접근성 좋고, 세대 간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노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할배, 할매를 그리워한다. 각종 복지관을 통합하여 도서관으로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세대가 함께 만나고, 같이 식사하고, 노인세대가 청소년세대를 멘토링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세대 간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서관과 각종 복지관을 통합하여 시범 운용해 본 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민간위탁을 통해 그 시설 안에는 영화관부터 시작해서 사우나까지 종합위락시설을 갖추는 발상의 전환도 함께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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