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아시아 항공전자 MRO로 이륙

입력 2015-12-01 01:00:06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조감도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조감도

영천이 항공전자산업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전자부품은 최신 항공기 가격의 50%를 차지한다.

항공산업 분야 중 돈이 되는 항공전자부품산업을 키워 특화단지를 조성한다는 전략을 영천시는 세우고 있다. 항공전자부품 특화단지(에어로 테크노밸리)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내년 4월 완공

항공전자산업의 거점은 이미 마련됐다. 세계 최대 항공사 보잉은 지난 5월 영천 녹전동에 항공전자 유지'보수'정비(MRO)센터를 준공한 뒤 F-15K 전자부품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업가동 중이다. 보잉은 항공전자부품 정비 품목을 단계별로 늘려 항공전자 MRO센터를 아시아 항공전자 MRO 허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보잉은 현재 영천에 새로운 투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와 영천시도 항공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책사업으로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사업비 370억원을 들여 1만3천여㎡ 부지에 건축면적 3천358㎡(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추진된다.

영천 녹전동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옆에는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벌써 지하층 및 지상층 골조공사를 완료했으며 내년 4월 준공한 뒤 입주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영천에 설립 중인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는 항공전자부품 전문시험평가기관이다. 선진국에서 기술 이전을 꺼리는 항공전자부품의 생산 및 수출을 위해서는 국제 수준의 공인 시험평가기관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아직 항공전자부품 인증에 적합한 종합지원 시스템을 갖춘 공인기관이 없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는 항공전자 장비 및 부품에 대한 시험평가와 인증,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한다. 항공전자부품 및 방위산업전자부품의 국제인증 규격 가이드도 개발해 보급한다.

◆첨단 시험평가장비 도입

항공전자 분야의 기반기술 확보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건립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는 중소기업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첨단 시험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에는 시험장비 21종 29점이 도입될 예정이다. 내년 4월 건물이 완공될 경우 장비를 설치한 뒤 시험가동을 시작한다. 영천 녹전동 경북차량용임베디드기술연구원 내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의 환경시험장비실에는 ▷온도'습도 진동 시험기 ▷온도'습도 고도 시험기 ▷열충격 시험기 ▷온도'습도 시험기 ▷염수분무 시험기 등 5종이 이미 들어와 있다.

군용기와 민항기 부품 규격인 MIL-STD-810/461, DO-160 등의 인증에 필요한 장비들이 차례로 도입된다.

두 번째로 들여올 장비는 ▷충격 시험장비 ▷낙하 시험기 ▷침수 시험장비 ▷모래 및 먼지 시험장비 ▷가속도 시험장비 ▷정전기 방전 장비 등으로 도입 계약을 마친 상태다. 내년 초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의 건물 완공 때까지 국내 운송을 미뤘다.

내년에는 ▷내화 인화성 시험장비 ▷폭발성대기 시험장비 ▷일광내성 시험장비 ▷강우 시험기 ▷다축 진동장비 ▷전자기 적합성 시험용 전원공급 및 안테나 측정류 ▷전자파 챔버 등을 갖춘다.

2017년에는 ▷균류 시험장비 ▷유체내성 시험장비 ▷간접낙뢰 시험기 등이 도입된다.

항공부품 시험평가 장비 중에는 국내에 없는 것도 많은 편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기는 어려운 고가 장비들이다.

황영하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은 "지난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에서 방위사업청과 항공기업 관계자들이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의 장비 구축과 이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항공 분야 탄소 복합재 사업 추진해야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는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한 뒤 탄소 복합재를 이용한 항공전자부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항공전자부품에 탄소 복합재를 적용할 경우 부가가치를 훨씬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복합재는 최근 빠르게 철을 대체하며 항공기 소재의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민간항공기, 소형기, 군용기, 무인기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꿈의 여객기'라 불리는 보잉 787기와 에어버스 380기의 경우 날개, 동체, 엔진 마운트 부품 등 전체 구조재의 50%가 탄소 복합재로 구성돼 있다. 최신 전투기와 헬리콥터 동체도 대부분 탄소 복합재로 만들고 있다. 무인기에는 탄소 복합재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항공기의 탄소 복합재 비중이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탄소 복합재 부품과 구조물의 수리기술 개발이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에는 아직 탄소 복합재 항공부품을 수리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영천이 탄소 복합재 항공부품 수리에 나설 경우 항공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 항공전자부품 MRO 및 시험평가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복합재 항공부품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설계기술을 보유하면 탄소 복합재 항공부품 생산도 가능하다.

탄소 복합재의 항공기 적용은 이제 성장 단계다. 국내 탄소 복합재 기업들도 충분히 진입해 성공할 수 있다.

영천은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와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를 유치해 항공 부문 탄소 복합재 사업 추진에 적합한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국내외 항공기업 유치 총력

영천시는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를 발판으로 항공전자 부문의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투자유치단'의 명칭을 '항공기업유치과'로 바꾼 뒤 국내외 항공전자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 10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에 경북도,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와 함께 홍보 부스를 설치해 항공기업을 대상으로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의 장비, 시험평가, 인증업무 등을 소개했다.

영천시와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 관계자들은 최근 영국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항공전자산업 동향, 탄소 복합재 및 시험평가 관련 산업을 파악했다. 네덜란드 국립항공우주연구소와는 항공부품 시험평가 장비 및 기술 부문에서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를 기반으로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 내 에어로 테크노밸리 조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항공전자 및 첨단 자동차부품 분야의 외국인투자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우수기업 유치를 통해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겠다.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에 항공전자부품 특화단지를 만들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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