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낯선 골목길 후미진 곳에서 어머니에게 폭행을 당하는 어린아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 "네가 놀려고 학원 안 간 걸 엄마가 모를 줄 아느냐"는 말로 악다구니를 하며 초교 2,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에게 회초리를 마구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엄마'라는 숭고한 이름을 가진 '폭군'이었다. 지금도 여린 두 팔로 달려드는 회초리를 방어하느라 애쓰던 아이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힘으로 자신의 아이를 공포에 떨게 하는 그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그 길에서 그러고 있었던 것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14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해 1만27건으로 1만 건이 넘어섰다. 이 수치는 2001년(2천105건)에 비해 3.7배이고, 전년(6천796건)보다 47.5%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학대를 반복하는 사례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심각한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1.8%가 부모라는 사실이다.
근래 들어 언론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할 부모들의 만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천사의 시작이요, 짐승의 끝이 인간이다'란 말이 있다. 낳지 않은 자식을 잘 길러내는 천사 같은 부모가 있는가 하면, 낳고도 형언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가해를 하는 짐승 같은 부모도 있으니 말이다.
상당수의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상처는 시작된다. 자기 자식밖에 보이지 않는 이기적인 부모도 문제지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그 분노를 아이에게 표출하는 부모는 우리의 미래를 폭력사회로 만드는 주범이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폭력에 자주 노출된 아이는 폭력에 서서히 익숙해져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
사랑과 관심으로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미성숙한 부모에 의해 방임되고, 정서적 학대를 받으며 체벌과 모욕 속에서 자라야 한다면, 그것은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부모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자식을 양육할 자격이 없는 가해 부모라면 하루빨리 아이로부터 격리시켜 아이들이 바르고 아름다운 지성과 감성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손색없는 양육 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고난 본능으로 가능하다 여겨지는 부모 자격조차 심사받아야 하는 이 시대가 실로 안타깝다.
회초리로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으로는 가능하다. 부모도 배워야 한다. 좋은 부모의 길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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