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차관급 회담은 남북 관계 시금석
남북 주고받을 '선물' 정리되지 않아
이산 상봉 정례화·금강산 관광 재개
접점 찾기 위한 샅바싸움 치열할 듯
남북 당국이 이달 26일 12시간에 가까운 실무접촉 끝에 12월 11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측은 '차관급', 북측은 '부상급'이 회담에 나선다. 회담 의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 등 포괄적인 의제로 하기로 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강조하면서 의제에 대한 남북의 견해차가 컸다.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 이것이 당국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나, 2016년도 남북 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이번 실무접촉은 12시간 마라톤회담 끝에 타결되었다. 이렇게 난항을 겪은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는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과 관련된 부분이 쟁점이었다. 수석대표를 누구로 하느냐는 것이다. 장관급이냐, 차관급이냐 하는 문제였다. 하나는 당국회담에서 도대체 어떤 의제를 중심으로 놓고 진행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또 하나는 당국회담의 장소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 8·25 합의 1항에는 서울이나 평양에서 이른 시간 내에 당국 간 회담을 한다고 명시되었다. 이번에 개성공단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12월 11일 열릴 차관급 당국회담은 지난 8월 25일 회담 형식이었던 2+2회담이나 장관급 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주고받을 '선물 보따리'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급 회담을 바로 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차관급 당국회담을 통해 실무적인 조율을 최대한 해보자는 성격이 강하다. 차관급 회담으로 시작해 이산가족과 금강산 등의 의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면서 대화가 막히거나 의제가 확장될 경우 회담의 격을 올려가며 다양한 대화 채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차관급 남측 수석대표로는 통일부 라인이 북측 통일전선부와 회담할 경우 통일부 황부기 차관이 나설 것이다. 북측이 청와대와 직접 대화를 요구한다면, 조태영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떠오른다. 북측에서는 맹경일 또는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국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성혜 조평통 부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남북회담에 오랫동안 역할을 해 온 에이스들이다.
구체적인 의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포괄적으로 전체적인 남북 관계 현안들을 다 다룬다는 게 이번 실무접촉 결과다. 한마디로 두루뭉술하다. 이는 현재 남북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을 선물 보따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12월 11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접점을 찾는 남북 당국의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쉽게 풀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남북이 상호 양보하려는 자세도 아직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남측은 금강산 사건 발생 이후 북측에 세 가지 관광 재개 전제 조건들을 걸어 놨다. 북측의 사과가 가장 큰 것인데, 이 부분에서부터 막혀 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측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덮어놓고는 남북 관계를 제대로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단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나 서신 교환 등을 먼저 합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이뤄지는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일괄 타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12월 11일 1차 당국회담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가 2016년도 남북 관계의 시금석이 된다. 남측 정부도 북측도 현재까지는 상호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공을 서로에게 넘기는 상황이다. 남북 당국이 좀 더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내년 남북 관계도 암담하다. 남북 당국이 좀 더 고차원의 협상력을 발휘해서 상호 윈-윈하는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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