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공짜 음악 즐기기

입력 2015-11-28 01:00:42

1969년 서울 출생. 서울고등음악원. 대구MBC라디오
1969년 서울 출생. 서울고등음악원. 대구MBC라디오 '권오성의 귀를 기울이면' 진행

예언하건대, 내년 음악계의 화두는 '공짜'다. 이미 동전 한 닢 들이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유튜브 등을 뒤지면 세상의 모든 음악을 공짜로 보고 들을 수 있다. 불법이지만 P2P 사이트를 통해 음원을 구하는 일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합법적인 음원 사이트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음악을 구매하거나 들을 수 있다. 음원을 소장할 생각이 없다면 하루 종일 음악을 들어도 한 달에 몇천원만 내면 된다.

시대가 이런데 공짜가 화두라니 무슨 말이냐 하면 몇천원이라도 내던 스트리밍 음악 방식의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는 것이다. 광고를 들으면 스트리밍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포티파이나 판도라, 비츠 등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매일 3억 개 이상의 음원이 재생된다고 본다. 이른바 구독형 스트리밍 시대의 도래는 음원 다운로드 시장을 위협할 지경이다.

소리가 디지타이즈되면서 음악 소비의 개념은 변했다. 같은 디지털 매체지만 CD까지는 소장이 목적이다. 하지만 MP3로 대표되는 음원이 대세가 되면서 소장은 소비로 변했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기술뿐만 아니다. 녹음이나 유통 비용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음악을 듣는 비용이 내려가면서 음악 산업이 신기원을 맞을 거라 예측한 전문가도 많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디지털 음악 시장은 음악 산업을 방해했다. 저작권자들의 수익 구조는 왜곡되었다. 아이튠즈 사례에서 보듯 해외는 적절한 논의가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IT 기술국이 되는 동안 음악 산업은 몰락했다. 외견상 보이는 규모는 분명 커졌다.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과 통신 기업의 곳간은 채워졌지만 정작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의 수입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비판적 논의가 있었지만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유통 사업자가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를 규정한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부는 11월 말경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단체와 음원 유통 사업자,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등과 '전송 사용료 개선을 위한 상생 협의체'를 운영하고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의 참여다.

논점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의 사용료 산정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부분이다.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의 곡당 단가는 보통 0.6원으로 곡당 스트리밍의 50% 수준이다. 지금까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는 곡당 단가가 적용되었지만 개정 후라면 50% 저렴한 월정액 상품의 판매가 가능해진다. 광고를 들으면 무료로 음악을 듣는다는 사업 모델은 광고 매출이 담보될 때만 가능한 방식이다. 그동안 업계 광고 매출은 저조했고 이용자에게 무료로 음악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음원 사용료 인하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번 논의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생산하는 음악인의 의견은 중요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관련 산업계의 득실만 고려한 모양새도 마찬가지다. 개정 추진은 자사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에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소리도 있다. 이번 징수 규정 개정이 적용된다면 소비자는 더 이상 음악을 듣는 데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라면 한 곡당 0.6원을 받고 꿈을 꾸느니 음악을 그만두는 쪽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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