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래자의 마음으로!

입력 2015-11-18 01:00:05

노래오친(老萊娛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명사 노래자(老萊子)의 효성 어린 삶에서 비롯되었다. 노래자는 벼슬이 싫어 산속에서 밭을 갈고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았다. 그는 노부모를 모셨는데 하늘처럼 받들었다. 부모가 기쁜 일이라면 부끄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칠십이 넘은 어느 날 부모가 백발의 노래자를 보고는 "아들이 이렇게 늙은 걸 보니 우리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며 탄식했다. 그 말을 들은 노래자는 색동옷을 지어 입고 작은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추었다. 부모를 웃음 짓게 하려고 칠십 넘은 몸으로 재롱을 떤 것이다.

노래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조들도 효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러나 현대화가 된 지금은 가슴에 살아있는 효를 밖으로 드러내며 살아가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 팍팍한 삶에 쫓기면서 효마저 요양시설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요양시설의 따뜻한 보살핌과 더불어 꼼꼼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화재 예방은 더욱 중요하다.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거동마저 어려운 어르신들은 자력 피난이 곤란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실제로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의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6분 만에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처럼 국내외 요양시설의 화재 때문에 많은 인명 피해가 나면서 관련 부처들은 안전 확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일환으로 노인요양시설에 스프링클러 소화설비 설치와 방염 물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관계자들의 안전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해 약자를 보호하는 데는 미흡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시설이 배연설비이다. 건축법에는 6층 이상의 노인 및 어린이 관련시설에 배연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모에 해당하는 시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배연설비가 설치된 사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기존 시설에 배연설비를 신규로 설치하는 것도 건축물의 층고가 낮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화재 발생 때 연기로 인한 질식 비율이 높은 특징을 고려하고, 자력 피난이 어려운 재해 약자들의 피난 안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다행히 경북도에서는 올해 노인요양시설의 기능보강사업에 관심을 가져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생활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생활실 천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면서 창문이 열려 연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배연창을 설치한 것이다.

필자는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연창이 열릴 때 개방면적별로 연기 배출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면적이 넓어질수록 더 큰 배연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화재실의 연기배출 효과로 피난통로가 되는 복도로의 연기 확산과 연기 하강 시간도 지연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미 설치되어 있는 스프링클러 소화설비까지 작동되면 피난 안전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예산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시행한 경북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연창 작동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분석했기에 점차 확대시키길 희망한다. 많은 노인요양시설에 설치하고 잘 유지 관리한다면 스프링클러와 더불어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때때옷을 입고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부릴 수는 없지만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의 평온한 여생을 위해 안전 살피기를 마다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은 노래자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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