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은퇴하신 원로 교수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부장판사로 퇴직 후 명성을 날리던 변호사가 한 달여간 복통을 앓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2㎝ 크기의 담도 결석이 발견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통증이 더 심해져 진통제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월요일이 돼 병원을 찾아왔는데, 심한 통증으로 표정이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CT 사진을 살펴보니 큼직한 결석 두 개가 담도 안에 꽉 차 있었다. 담관이 막혀 황달 수치도 정상 수치보다 8배나 높은 상태였다. 한나절을 기다려 담도 내시경을 통하여 두 개의 돌을 무사히 제거했다.
병실에서 만난 환자의 표정이 환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막힌 곳이 확 뚫린 기분입니다. 이제 살았어요." 환자가 손을 덥석 잡았다. "소화기내과 조교수가 내시경으로 돌을 빼냈는데요. 저는 뭐 교통정리만 했지요"라는 말로 안도하며 기쁨을 나눴다.
담석증은 외과에서 수술이 필요한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다. 담낭 안에 돌이 생기면 담낭 결석으로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치료하지만, 담관에서 발견되면 담도 또는 담관 결석이라 한다. 과거에는 개복 수술을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내시경으로 꺼낸다. 최근 담관 내의 결석은 담낭에서 굴러 내려온 작은 돌로 인한 이차성 결석이 대부분이다. 이번처럼 큰 담도 결석은 담관 내에서 생성된 일차성 결석이다. 일차성 담관 결석은 식물성 음식을 주로 섭취하고 기생충 감염이 많았던 농경시대에 흔했다. 이 내용을 설명하며 "농부들이 잘 걸리는 질환을 변호사님께서 앓으셨네요"라고 하자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렇군요. 최근에 채소즙과 채식에 빠져 살았죠"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육식이 늘고, 질병도 점차적으로 서구화되고 있다. 담낭 결석도 콜레스테롤 결석이 많아졌고, 끈적한 흙 반죽 같은 일차성 담관 결석은 거의 사라졌다. 식습관이 식물성에서 동물성 식이 섭취로 변하면서 당뇨와 고지질증 등 대사성 질환과 유방암, 대장암의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동물성 음식으로 인한 질환을 피하기 위해 식물성 음식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질환도 과거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위중한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외래진료실에서 묻는 가장 흔한 질문은 "앞으로 암 재발을 예방하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합니까?"이다. 이럴 때마다 "소문에 의지해 암 예방에 좋다는 기이한 약초나 음식만을 찾지 마시고 영양의 3요소인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음식을 고루 섭취하십시오. 그리고 야채와 견과류도 곁들이시고요"라고 답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고(과유불급'過猶不及),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식단(중용의 도'中庸之道)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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