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과 소통, 발달장애도 훌훌…대학서 조형예술 전공 심우석 씨

입력 2015-11-17 02:00:04

초교때 미술치료로 재능 발견, 화려한 색채 90여 점 개인전

16일 오후 1시 KBS 대구방송총국 갤러리 입구 한편에는 찢어진 스케치북 여러 장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그림일기로 채워진 스케치북은 어른이 그린 어린이의 하루 같기도 하고, 어린이가 그린 어른의 하루 같기도 하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색감을 가진 90여 점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심우석(20) 씨가 개인전을 열었다. 심 씨는 힘든 성장 과정을 겪었지만 그의 재능을 발견해 준 것 역시 그의 '장애'였다. 심 씨의 어머니 오정욱(52) 씨는 "자폐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음악, 언어, 작업치료 등 안 해본 게 없다. 그중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받은 미술치료에서 우석이가 남다른 색감을 표현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구자연과학고 원예과를 졸업한 심 씨는 현재 대구미래대학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하는 새내기다.

심 씨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색채다. 심 씨의 손길에 경복궁은 색동옷을 입었고 고흐, 피카소의 작품이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재해석됐다. 오 씨는 "만약 우석이에게 보색이 뭔지, 명암이 뭔지 등을 알려줬다면 지금의 색깔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우석이가 쓰고 싶은 색깔과 그리고 싶은 형태를 그리도록 한 덕분에 지금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막막하기만 했던 수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잘 와줘서 고맙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씨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오 씨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포함해 친척, 이웃 주민들,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여정"이라며 "전시회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전시회 초대장에는 '우석이의 그림으로 대화하기,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가 예정돼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오 씨는 "우석이는 스스로 빠져들어 그리면 새벽 2, 3시까지도 몰입하며 즐거워한다. 앞으로도 그림이 우석이의 행복한 삶의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시회는 22일(일) 오전까지 KBS 대구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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