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설' 한복판에 놓인 TK 현역 의원들 "답답합니다"

입력 2015-11-16 20:36:47

내가 무능하다고? 공정 경쟁 붙여달라

'청와대발 물갈이설' 한복판에 놓인 대구 국회의원들은 '찍어내기 전략공천'만 없다면 내년 총선 공천경쟁은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 8월 대구시청에서 열린 '새누리당-대구시 당정협의회'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청와대 참모출신과 정부 각료 등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대구경북(TK)에 대거 도전장을 내밀고,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심판론'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대구의 총선 풍향계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발 TK 물갈이설에 대해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과는 관계없는 일로 거리를 뒀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은 '진박(眞朴)'·(진짜 친박) 대열에 합류하려는 예비 경쟁자들의 박심 마케팅에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발 내년 총선 물갈이론 한복판에 놓인 대구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물갈이설' 진화에 온 힘

A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청와대 전직 참모의 출마설이 나돌자 진위 파악에 나섰다. 과연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나' 그 유무가 가려져야 대응 전략도 마련할 수 있어서다. 그는 청와대 및 언론 등 동원 가능한 '라인'을 총동원해 실상을 캐고 있다. A의원은 "대구 출마설이 떠돈 인물 중엔 단지 청와대에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자의적으로 '박심'을 포장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역 의원들이 물갈이설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지역구에 '뭔가 잘못한 것이 있겠지' 하는 분위기 확산이다. 많은 의원은 "이유가 어쨌든 물갈이설이 대구를 휩싸면서, '대통령 눈 밖에 났다' '무능하다'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주민들에게 퍼질까 우려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출마를 공식화한 이들 중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를 들먹이며 현역 의원들을 몰아세우고 자신이야말로 '진실한 사람'이라 강조하는 모습이 현실화되고 있다.

B의원은 "주민이 뭘 했나 물으면 참으로 답하기가 애매하다. 초선 의원으로 지난 의정 활동기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진 의원들이야 당직 또는 국회직을 맡아 발언권이 커지니 TV에 얼굴이라도 자주 비치지만 초선의원은 국회에서 빛 볼 일이 많지 않다. 물갈이설에 놓인 초선 의원들로서는 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어렵다"고 했다.

◆공정한 경쟁 이뤄져야

대부분 의원은 TK 물갈이설이 선거일이 임박해질수록 더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휘둘리지 않고 떳떳하게 경쟁을 치러 주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는 최근 사퇴의사를 표명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전광삼 전 춘추관장, 남호균 행정관 등이 대구 출마를 준비하면서 '물갈이론'이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C의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경쟁자가 있으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했다. 그는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청와대 참모출신과 각료들이 총선 출마명분으로 박심을 내세우는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다소 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후보가 여러 명일 때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많은 시민의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역 의원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새누리당의 공천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천룰에 불공정 요소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D의원은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전략공천이라는 용어는 없다. 앞으로 논의될 공천룰을 더 지켜봐야겠으나 공정한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컷오프 방식 경우 심사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찍어내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