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재수사] 조희팔 아들·내연녀 뒷북 수사…검찰 "개연성만으론 수사 못해"

입력 2015-11-11 01:00:05

"최초 수사 부실, 무혐의로 다 풀어줘"…검경 향한 비난의 화살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조 씨 사건 수사가 속도를 내고 구속자가 늘고 있지만 최근 구속된 사건 연루자 대부분이 앞서 조사를 받을 때는 무혐의 처분 등으로 풀려난 때문이다. 결국 최초 수사가 부실했고 이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으로 돌아오고 있다.

검찰은 조 씨 사건 재수사를 통해 고철무역업자와 전국 조희팔 피해자 채권단 관계자, 경찰관 등 15명을 구속했다. 또 지난달 조 씨 사건의 2인자 강태용(54)을 중국 공안의 협조로 검거한 이후 조 씨의 아들과 내연녀 등을 불법 수익금 은닉 혐의로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실기'(失機)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재수사 결정에 앞서 조 씨 피해자들이 고철무역업자와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을 수차례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조 씨 아들과 내연녀가 불법 수익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뒤늦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씨 가족들은 다단계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뚜렷한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개연성만으로 수사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경찰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다. 강 씨가 검거된 후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지금까지 8명을 구속했다. 과거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을 비롯해 조 씨 실무 책임자 등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구속한 전직 경찰관 2명은 이미 관련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기획실장 김모(41) 씨와 전산실장 정모(52'여) 씨도 처벌을 받았다. 경찰이 총괄실장 배상혁(44)을 검거한 것은 공이지만 피해자들은 "경찰이 배 씨가 7년간 도피하는 동안 뭐했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과거 수사를 제대로 했으면 지금의 혐의가 모두 드러났을 것"이라며 "뒤늦게 검거를 해놓고 공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에 대한 부실 논란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조그마한 비리 혐의라도 포착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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