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무영탑, 불의 혼, 길, 원이 엄마, 심산 김창숙, 도시연가, 청라언덕, 가락국기…. 초창기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눈여겨본 오페라 팬들에게 조금은 익숙할 이 단어들은 최근 10여 년 동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올랐던 창작 오페라 작품 이름이다. 이 작품들은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들이 만든 것으로 지역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패션섬유도시, 신라설화, 국채보상운동, 안동 고성 이씨 문중 편지, 성주 출신 유학자 김창숙, 동성로, 박태준과 청라언덕, 독도 등이 소재였다.
과거 오페라축제 조직위는 축제 때마다 거의 창작 오페라를 메인 프로그램의 하나로 넣었다. 지역의 특성을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라는 팩트는 언론의 구미에도 딱 맞았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들 작품은 대부분 잊혔다. 위 작품 가운데 2, 3편은 오페라축제에서 재공연됐지만 이는 우연히 찾아온 행운에 가깝다. 치열한 작품성 분석 등 평가에 기준해 재공연작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음악 자원이 많고, 오페라하우스라는 전용 공간, 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는 대구가 '오페라 하기 좋은 도시'라는 것은 허울에 가깝다. 껍데기는 그런대로 갖췄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빈약하다. 오페라 제작은 제작비가 많이 든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막짜리의 소규모를 제외하면 대개 한 편 제작에 3억원 이상 든다. 이 금액은 국립오페라단의 통상적인 제작비의 50%도 안 되는 최하 수준으로 잡은 것이다. 이 말은 강력한 스폰서가 없으면 사설 오페라단의 힘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축제 때 공연작은 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하거나 제작비 대부분을 축제 조직위가 지원한 것이다.
이렇게 힘들여 만들었지만, 한두 번 공연으로 '굿바이'다. 지나치게 말하면 그동안 오페라축제 조직위는 올해도 창작 오페라를 한 편 제작했다는 헛된 이름에 갇혀 매년 수억원을 써버린 것과 같다.
대구경북에서 창작 오페라가 나온 지가 꽤 오래고 축제도 10년을 넘어 관록이 쌓였다. 이제는 창작 오페라에 대해 좀 더 따뜻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새 작품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표한 작품의 재공연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 번 공연하고 내팽개치면 그저 허울만 쌓는 일이 될 뿐이다. 50년, 100년 뒤의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다수의 창작 오페라 초연이라는 숫자 놀음보다는 세계적인 명작 한 편을 만들어 낸 곳으로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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