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창] 왕의 길 그리고 신라 도량형

입력 2015-11-04 01:00:05

경주에서 출발해 4번 국도를 따라 영천 방면으로 가다가 모량역을 조금 지나면 도로 양편에 산재해 있는 커다란 규모의 고분군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 무덤군이 국가 사적 제43호로 지정된 금척(金尺)리 고분군이다. 행정구역으로 경주시 건천읍 금척리에 속한다.

금척리 고분군은 경주의 대형 고분군보다 외곽지에 떨어져 있고 규모와 수치 면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금척리 고분군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운 설화가 동경잡기(東京雜記)란 책에서 전해지고 있다.

동경잡기는 조선 현종 10년(1669년), 경주 일대의 동경지란 책을 수정 보완해서 간행한 책인데, 오늘의 지방지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라왕이 황금으로 만든 자, 즉 금척을 얻었는데 사람이 죽거나 병이 들었을 때 이 자로 재면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나고 병든 이도 당장 나았으므로 나라의 보물로 삼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 소식을 듣고 즉시 사신을 보내 금척을 구하려고 했으나 이에 신라왕은 그것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금척리에 감추고 산을 30여 개나 만들어 그 속에 금척을 숨겨 두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금척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신라의 시조(막연히 신라의 시조라고만 칭함)가 즉위하기 이전에 꿈을 꾸었는데, 하늘로부터 신인(神人)이 내려와 그에게 금척을 주면서 '너는 성신(聖神)하며 문무(文武)를 겸비해 인민들이 즉위를 희망한 지 오래되었다. 이 자를 갖게 되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려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현몽했다는데, 꿈에서 깨어난 그의 손에 금척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전자는 금척을 소지하면 성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며, 후자는 신라의 건국 배경과 관련된 국왕 중심의 이야기인 것이다.

최근 경주 금척에 관한 이야기가 스토리텔링 되고 이에 대한 설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금척과 은척의 설화 마을인 경주시 건천읍과 상주시 은척면 간 자매결연을 하였다.

오는 7일에는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후원하는 '왕의 길' 걷기 세 번째 행사가 열린다.

통일전에서 열리는 이번 왕의 길에는 신라 왕실에서 대대로 내려온 보물인 금척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알리는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왕의 길에 참가하면 금척에 새겨진 신라의 1척은 몇 ㎝이며, 금척에 대한 유래, 신라의 도량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긴 '신라 경주 금척'이란 책자가 참가자들에게 주어진다.

통일전 왕의 길을 걸으면서 화랑의 호국정신과 금척에 얽힌 이야기, 신라 도량형의 의미를 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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